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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한·일 공동이익 키울 ‘협력의 길’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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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회담 후 신뢰관계 형성
日 자민당의 총선 압승도 고무적
안보정책 강화 땐 北대응에 도움
불확실성 속 공동 이익 모색해야

지난 2월8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획득해 전례 없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다카이치 총리는, 2028년 참의원 선거가 약간의 변수는 되겠지만, 다음 중의원 선거가 예정된 2030년까지는 안정된 정치적 기반에서 일본의 정치·외교를 끌고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은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향후 4년은 한·일 관계에 있어 이재명·다카이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양국 정상은 나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은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으로서는 모처럼 조성된 한·일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증대되는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어떻게 공동이익을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내 일부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선거 공약의 하나로 개헌을 제시한 점을 들어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는 것 같다.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 신조 등 기존 자민당 보수 정치가들과 마찬가지로 개헌 추진파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자민당이 2012년에 마련한 개헌안 초안이나, 2025년 자민당이 일본유신회와의 연립 합의 과정에서 논의한 바에 의하면 현행 헌법 제9조 2항, 즉 육해공군 전력 보유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수정하여, “자위군” 혹은 “국방군”의 설치를 명문화하려는 것은 사실이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다만 이 같은 개헌 움직임은 1954년에 창설되어 현대 일본에서 현실적인 군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온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헌법상에 마련하려는 것에 다름없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현행 헌법이 제정될 때, 군국주의 회귀를 방지하기 위해 포함된 다른 규정들, 예컨대 국가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제9조 1항이나, 문민통제를 규정한 제66조 등이 유지되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반영하는 개헌을 추진한다고 해서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 혹은 “군사대국”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가 기존에 추진되어 온 보통국가 지향의 안보정책을 보다 강화하여, 안보 관련 3문서를 개정하고 대외정보청을 신설하여 정보 수집 및 분석 체계를 강화하고, 방위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대외적으로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안보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호주, 필리핀, 영국, 프랑스 등과의 협력관계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다카이치 내각의 정책 방향은, 한반도 및 국제질서의 불확실성과 대결해야 하는 한국의 안보정책상 오히려 활용해야 할 점이 있다. 일본 안보태세의 강화는 미·일 동맹 강화로 이어지고, 이는 북한의 핵 능력을 포함한 군사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 태세 강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비핵국가로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공동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호주 등과 더불어 상호 수평적 확장억제 협력을 추진한다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신뢰성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일 안보협력은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추구하는 중국의 공세적 대외정책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미 제도화되어 있는 한·중·일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한·일 양국이 중국과의 협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면 공동의 해상수송로이기도 한 남중국해나 타이완 해협 방면에서 증대되는 중국발 긴장 요인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일 협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나 동맹정책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이미 양국은 대미 관세협상을 통해 한국은 3500억달러, 일본은 5500억달러의 대미투자를 약속해 놓은 상황이다. 미국 대법원의 트럼프 관세정책 위법 판결과 그 영향 등을 주시하면서, 한·일 양국이 보다 긴밀한 정치·경제적 합의를 심화한다면 각각의 대미투자를 계기로 한·미·일 3국의 공동이익을 발전시키는 길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주도하게 될 일본의 정책변화를 외교안보 정책상의 보다 큰 목표 구현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 일본으로서도 한국과의 협력 증대가 자신들의 국가이익에 유용한 점이 적지 않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