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6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자금 유입 등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투자자 불안 심리가 커지며 ‘공포지수’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수 상단을 최고 7900까지 높인 긍정론과 과열에 따른 변동성을 우려해 하단 전망치를 4300까지 낮춰 잡은 신중론이 엇갈린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131.28포인트(2.31%) 오른 5808.53에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 5600선을 처음 넘어선 지 하루 만에 5700선과 5800선을 연이어 돌파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이런 코스피 강세는 국내 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자회사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는 이날 SK하이닉스와 삼성전기 지분을 5% 초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SK하이닉스가 6%대 오르며 코스피 지수 상승분 중 약 47포인트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블랙록은 글로벌 최대 패시브 자산운용사이기 때문에 이런 공시가 이어지는 건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가 아닌 한국 증시 전체에 대한 패시브 자금(지수 추종 자금) 유입이 지속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국내 정책 기대감도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 우려가 고조되면서 방산 업종 상승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2월 임시국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3차 상법개정안에 대한 기대감도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단기 급등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증권이 코스피 전망치 상단을 7900으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한국투자증권(7250),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7500) 등 주요 기관들이 지수 상단을 7000선 이상으로 잇달아 높이며 낙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단기 과열과 거시경제 불안을 우려해 하단 전망치를 낮춰 잡은 신중론도 제기된다. DB증권은 코스피 예상 밴드 하단을 종전 4500에서 4300으로 200포인트 낮췄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시설 투자가 늘수록 고용이 안 좋아지고 소비가 줄어 경기 불안이 커진다”며 “그러면 회사채 발행이 위축되고, AI 투자도 느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지수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0일 전장보다 1.31포인트(3.08%) 오른 43.87을 기록했다. 12일(40.51)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통상 변동성지수는 증시가 급락할 때 오르지만, 최근처럼 가파른 상승장에서도 과열에 대한 경계감과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동반 상승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파른 지수 상승 속에서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20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총 9조156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코스피 순매도액(4조6550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주가 하락을 겨냥했다기보다 단기간 지수가 급등한 데 따른 일시적인 차익 실현 물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