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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의 마지막 밤 [송용준 기자의 밀라노 레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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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 개최·비용 절감 등 불편
현지인 친절한 안내 큰 도움
시스템 적응하니 나쁘지 않아

막상 처음 밀라노 말펜사공항에 어두워진 오후 6시가 넘어 도착했을 때만 해도 막막함이 앞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앞으로 20일을 이곳에서 지내야 하는데 공항에서부터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짐을 찾고 AD카드를 받고 대회 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교통 애플리케이션을 활성화하기까지 공항에서만 2시간을 지체했다. 공짜 티켓이 제공되는 공항철도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면 또 1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앱의 안내를 보고 망연자실하다가 택시를 타고 20분 만에 숙소에 간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공항철도 연착으로 한밤중까지 고생했다는 후일담이 넘쳤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올림픽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동·하계 합쳐 네 번째 해외 현장 취재이지만 분산 개최로 인한 이동 거리를 비롯해 불편한 점이 취재를 가 본 올림픽 중 가장 많았다. 조직위원회야 환경보호 같은 핑계를 대지만 실상은 취재진 등의 편의 제공용 지출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란 걸 알 사람은 다 안다. 올림픽이 돈 먹는 하마가 돼 주최에 부담된다는 것도 잘 알기에 받아들였다.

 

그래도 사람은 상황에 적응하기 나름이다. 모든 동선과 시스템을 이해하면 불편함 속에서도 효능을 찾게 마련이다. 물론 이탈리아 사람들의 친절함이 그 효능을 빨리 찾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한국 사람들은 안내판을 먼저 찾는 게 익숙하지만 여기 있다 보면 그냥 물어보는 게 훨씬 빠르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길거리나 지하철 계단은 항상 담배꽁초가 널려 있고 지하철 플랫폼에서 당당하게 전자담배 연기를 내뿜는 사람을 봐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경기도 이곳 시간 밤 11시에 끝나기 일쑤다. 야밤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는 경고를 듣고 왔기에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현지 교민은 “몇몇 지역 빼고는 밤길을 전혀 걱정할 것 없다. 올림픽 기간에 집시들이 많이 유입돼 소매치기는 조심해야 할 거 같다”며 겁쟁이 보듯 쳐다보며 웃는다. 숙소가 이탈리아 축구 성지이자 이번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산시로 스타디움 근처라 더욱 크게 다가온 건지는 모르겠으나 밀라노 사람들은 올림픽보다는 이 기간 산시로에서 열린 인테르 밀란의 축구 경기에 더 열광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밀라노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다 적응하고 나면 떠나야 한다는 것이 종합대회 취재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대회가 끝나면 분산 개최 문제부터 비용절감 노력, 현지의 열기 등 이번 올림픽에 대한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올 것이다. 처음엔 별로였지만 나중은 나쁘지 않았다. 경기운영 외적인 면에 대한 개인적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