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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류·판매’ 다 갖춘 현대차, 피지컬 AI 상용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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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투자 예정 125조원
로보틱스 분야 집중 투입 방침

AI 학습 현장 데이터 갖춰 강점
국내 ICT 인프라 등 여건 최적

“인구감소 시대 로봇 도입 필수”
고용 우려 노조 반발 등 과제

현대자동차그룹이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과 로봇 관련 전후방 생태계, ICT 인프라, 대기업 중심의 자본력 등을 갖춘 우리나라가 피지컬 AI 상용화의 최적지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한 125조2000억원의 상당 부분을 로보틱스 분야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초 ‘CES 2026’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손을 들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이 올해 초 ‘CES 2026’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손을 들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22일 현대차는 대한민국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DESIGN(디자인)’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며 로봇의 현장 투입 확대를 예고했다.

‘DESIGN’은 수요(Demand)와 운영경험(Experience), 공급망(Supply Chain), 인프라(Infrastructure), 정책(Government), 산업 네트워크(Network)의 영어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로봇 산업을 둘러싼 전후방 산업 생태계가 탄탄하게 구축돼 있고 이에 대한 정부 의지가 높은 한국의 강점을 압축한 단어다.

현대차는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제조·물류·판매 등 전 밸류체인에 걸쳐 실제 현장 자료를 디지털화해 AI 학습에 사용할 것”이라며 “이를 다시 제품에 적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모빌리티부터 로보틱스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산업을 확대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제조 현장을 기반으로 한 높은 운영경험과 산업 생태계, 세계적 수준의 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로봇을 빠르게 실증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뛰어난 성능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끈 현대차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아틀라스의 학습을 위해 현장에 더 많이 투입해 성능을 끌어올리겠단 취지로 해석된다. 자율주행차의 성능 향상엔 실증을 통한 대규모 학습이 필수적인 것처럼 휴머노이드 로봇도 고도의 실습장이 필수적이다. 현대차와 같은 최첨단 제조 기업이 피지컬 AI 선도 주축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다만 아틀라스 투입에 따른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노조가 “노사 합의 없이는 (현대차 공장에) 아틀라스를 한 대도 도입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사측에선 아틀라스 언급을 조심스러워 하는 기류다.

 

그러나 속도의 문제일 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로 가는 게 시대적 흐름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이민자 유입을 통해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제는 로봇이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4∼2034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 및 추가 필요인력 전망’에서 대한민국이 장기 경제성장 전망치(2.0%)를 달성하려면 2034년까지 노동시장에 취업자 122만2000명이 추가로 유입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2030년부터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 수 감소가 예고된 한국으로선 이민자 유입 없인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인구 감소 시대에 로봇 도입은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산업과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된다”며 “로봇은 인력 대체 수단을 넘어 작업을 표준화하고 위험을 줄이며 제한된 인력으로도 일정한 품질과 안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125조20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으로, AI 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한 로보틱스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전시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전시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향후 산업 현장에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AI가 반복·저숙련 업무를 대체하게 되면 노동시장의 구조적 재편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현대차 역시 로봇 중심 미래 전략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고용 위기를 우려하는 노조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냐가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