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반도체 등 기습 관세 배제 못해… 기업들 “리스크 더 커졌다” [美 대법 ‘트럼프 관세’ 제동]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예측불허’ 트럼프에 대응 촉각

자동차 등 ‘품목 관세’는 그대로
조선업 일각선 ‘마스가’ 차질 우려
제약·바이오, 정부 대응 예의주시

美 무역법 조항 등 대체카드 유효
23일 김정관 주재 민·관 합동회의
관세청 “美 상호관세 무효화 따라
6000여개사 관세 환급 신청 지원”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 발끈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율’을 15%로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우리 산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예측불허의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조항 등 강력한 대체카드를 앞세울 경우 어디로 어떻게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도 기업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대미 수출 품목 1·2위인 자동차와 반도체를 포함해 식품, 조선, 제약·바이오 등 국내 산업계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후 요동치는 미국 관세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美, 무역법 301조 카드 꺼내나… 불안한 수출 전선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발끈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 수입품 대상으로 15% 관세를 매기고, ‘슈퍼 301조’ 등 강력한 대체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자동차 등 대미 수출 업종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2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평택=뉴시스
美, 무역법 301조 카드 꺼내나… 불안한 수출 전선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발끈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 수입품 대상으로 15% 관세를 매기고, ‘슈퍼 301조’ 등 강력한 대체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자동차 등 대미 수출 업종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2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평택=뉴시스

자동차업계는 이번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행동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에 제동을 건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관세 부과 권한까지 제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 근무 중인 직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법원의 제동으로 관세 정책을 축소?자제하거나 이와 반대로 더 많은 카드를 동원하며 거세게 압박할 가능성이 모두 존재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후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더 커졌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품목관세 대상이라 이번 판결과 무관한 반도체 업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갈피를 잡기 힘든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도 기습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에 관세를 매기면 중국과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 빅테크 업체가 가장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미 정부도 관세 부과에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며 “그러나 정책이 언제 급변할지 몰라 업체들 모두 민감하게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했다.

상호관세 영향을 받는 식품업계는 업체별로 대응 시나리오 마련에 나섰다. 미국은 국내 식품업계 전체 수출액 136억달러 중 23억달러(17%)를 점유한 최대 수출 시장이다.

 

조선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확대가 단기 수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은 대미 직접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이미 확보한 수주 잔고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미 조선업 협력인 ‘마스가 프로젝트’의 경우 한국 기업들이 관세 협상을 지원하며 투자 계획을 세웠던 만큼 향후 변경 여지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 대응을 지켜본 뒤 전략 마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23일 열리는 산업부 장관 주재 관련 회의를 먼저 지켜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제·통상 관련 부처들은 한국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바삐 움직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날 내부 긴급회의나 유관기관 협의 자리를 갖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여러 대응 시나리오를 짠 산업부는 23일 김정관 장관 주재로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연다. 김 장관은 “미 행정부의 후속 조치, 그리고 주요국 동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대미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관세 환급 기본절차와 청구기한 즉시 안내 등 환급지원을 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관세 부과 대상 물품을 미국에 수출한 2만4000여개 기업 중 6000여개 기업이 관세 환급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관세를 추가 부과할 수 있는 빌미를 주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극적인 내용을 예고 없이 던질 수 있어서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반도체와 의약품 등) 아직 추가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품목도 안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트럼프 측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으니 일단 약속한 대로 (한·미 관세 합의 당시 약속한) 모든 투자를 일정대로 지켜야 한다. (품목별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빌미를 주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