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나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과 체결한 무역합의와 기업들이 이미 낸 관세 환급 여부가 안갯속에 빠졌다. 각국은 신중한 태도로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이번 법원 결정이 다양한 무역 협정에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과정 역시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은 이번 상호관세 판결을 지렛대 삼아 재협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유럽연합(EU) 의회 통상위원회는 24일 대미 무역 협정 비준을 두고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판결로 표결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EU 의원들은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달 초 미국과 무역과 관련한 잠정 합의 이후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인 인도도 협상에서 이전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캐나다는 철강·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관세 잔존과 7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 협상이란 과제를 앞두고 있어 신중하게 무역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가 무역협정을 되돌리려고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보복 위험에 노출돼 있고, 방위와 안보 협력 등 비통상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당장 대법원 판결 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역법) 232와 301 관세로 이동할 수 있다. 대법원은 완전한 엠바고(금수조치)를 할 권한이 대통령에 있다고 재확인했다. 난 모두가 그들의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세 합의에 따라 최근 대미 투자 1호 안건을 선정한 일본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다음달 19일 미·일 정상회담도 앞두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고위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위법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며 “트럼프 정권이 관세 무기화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고, 앞으로 어떤 대응책을 취할지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투자 사업은 일본에도 이익이 되는 것을 선정하고 있다. 위법 판단이 나오자마자 무효화해서는 곤란하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미국과 가장 먼저 관세 합의를 맺은 영국 정부는 “대미 특혜적 무역 지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ARD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에 관해 명확한 유럽 공동의 입장을 갖고 일주일 뒤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은 ‘관세 환급’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남겼다. 대법원은 ‘위법하게’ 징수한 관세의 환급 문제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 미국이 거둬들인 관세액이 1750억달러(약 250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상호관세 환급 여부는 미 국제무역법원(USCIT)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USCIT에 환급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에서는 한국타이어, 대한전선 등의 미국 법인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 도요타통상 등 최소 10곳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향후 환급 소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환급이 이뤄지더라도 누가 돌려받는지가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관세 환급은 원칙적으로 최초 납부자인 미국 내 수입업체에 돌아가지만, 중개인·도매상·특송업체 등이 관세를 고객 대신 납부한 경우 환급권 귀속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악시오스는 TD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위법 관세에 대한 환급까지는 최소 12~18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