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황금알은 끝났다” 81% 꺾인 샤인머스켓의 눈물…‘글로리스타’ 시험대 올랐다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2022년 2만9100원하던 2㎏ ‘특’ 등급 샤인머스켓, 올해 5451원까지 추락
경북 재배면적 59% 단일 품종 쏠림…수출도 90% 집중 구조
신품종 ‘글로리스타’ 보급 속도…고온기 착색 안정성이 생존 가른다

새벽 공기를 가르는 경매사의 호각 소리가 날카롭다. 경북의 한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장, 짙은 초록빛 샤인머스켓 상자들이 끝도 없이 밀려든다.

 

이달 13일 기준 샤인머스켓 2㎏ ‘특’ 등급 평균 경락가는 5451원으로, 2022년 같은 시기(2만9100원) 대비 약 81.3% 하락했다. 자료사진=Freepik
이달 13일 기준 샤인머스켓 2㎏ ‘특’ 등급 평균 경락가는 5451원으로, 2022년 같은 시기(2만9100원) 대비 약 81.3% 하락했다. 자료사진=Freepik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만~3만원대를 기록하던 상자 가격은 이제 평균 5000원 선에 머문다. 한때 농가의 ‘로또’로 불리던 열매가 깊은 한숨으로 돌아온 순간이다.

 

◆81.3% 급락…프리미엄 흔들리다

 

안동청과가 공개한 이달 13일 일일시세표에 따르면 샤인머스켓 2㎏ ‘특’ 등급 평균 경락가는 5451원이다. 최고 6800원, 최저 2600원까지 밀렸다.

 

이는 2022년 2월 10일 평균가 2만9100원과 비교하면 약 81.3% 하락한 수치다. 2021년 평균가 2만3854원과 비교해도 약 77% 떨어졌다. 가격 하락 폭이 4년 새 80% 안팎에 달하면서 프리미엄 지위가 크게 흔들렸음을 뜻한다.

 

◆단일 품종의 쏠림…경북 59%가 샤인

 

경북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북 포도 재배면적은 8206㏊로 전국의 56%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59%(4829㏊)가 샤인머스켓이다.

 

경북산 포도 수출 물량의 약 90%도 샤인머스켓에 집중돼 있다. 한 품종에 쏠린 구조는 상승기엔 효율적이지만, 하락기엔 가격 변동성을 키운다.

 

김천에서 15년째 포도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가격 방어가 어렵다”며 “품종 분산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샤인머스켓의 눈물, 그리고 붉은 반격.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샤인머스켓의 눈물, 그리고 붉은 반격.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대체 아닌 분산…‘글로리스타’ 통할까

 

이런 위기 속에서 경북농업기술원이 적색 신품종 ‘글로리스타’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샤인머스켓 집중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이다.

 

글로리스타는 10월 상순 수확하는 만생종으로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다. 아삭한 식감과 높은 당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경북 상주시 평산리 신희용 농가의 ‘글로리스타’. 롯데백화점 제공
경북 상주시 평산리 신희용 농가의 ‘글로리스타’. 롯데백화점 제공

수출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포도 수출액은 8470만달러(잠정)로 2024년 대비 46.3% 증가했다.

 

최대 시장은 대만(4400만달러)이며 싱가포르·태국 등 동남아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현지 유통업계에서는 붉은색 과일 선호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후 변수…‘착색 안정성’이 경쟁력

 

기후도 변수다. 농촌진흥청은 과수류가 성숙기 고온 환경에 놓일 경우 착색 불량 등 품질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여름철 고온 현상이 반복되면서 착색 안정성은 품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경매가 끝난 뒤 텅 빈 파렛트를 정리하던 한 농민은 말했다. “품종을 바꾸는 건 모험이지만, 그대로 있는 건 더 큰 모험입니다.”

 

상자 위에 찍힌 5451원이라는 숫자. 이는 단순한 가격표를 넘어, 단일 품종의 한계를 벗어나야 생존할 수 있다는 한국 포도 산업의 매서운 경고장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