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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플랜B'…15% 관세 갈아타고 무역법 총동원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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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판결 상호관세 징수 美동부시간 24일부터 중단
무역법 122조로 얻은 150일간 기존체계 복구할 논리 구축
무역법 301조·무역확장법 232조·관세법 338조 등 주목
여러 법 결합한 '다층구조'…위법 소송 전망 속 순항 미지수

미국 연방대법원이 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무효로 했지만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이 떨어지자마자 15%의 일률 관세를 꺼내 들어 우회로를 가동했고, "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2025년 4월 백악관서 상호관세 정책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2025년 4월 백악관서 상호관세 정책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 때문에 향후 미국 무역법 곳곳에 흩어진 조항들을 조합해 기존의 글로벌 관세와 동일하거나 더 강력한 효과를 내는 '플랜B'에 이미 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IEEPA 관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가장 먼저 동원한 카드는 무역법 122조다. 122조는 대통령에게 '크고 심각한' 무역적자를 최대 15%의 관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뒤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미 동부시간 24일 0시 1분부터 해당 관세가 발효되도록 하는 포고문을 냈다.

 

또 하루 뒤에는 글로벌 새 관세를 10%에서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대법원에서 위법 결정을 받은 IEEPA 기반 관세의 징수를 미 동부시간 기준 오는 24일 0시 1분을 기해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122조가 전 세계 대상 관세 부과에 사용된 적은 없다. 하지만 별도의 조사 없이 즉시 발동할 수 있게 돼 있어 임시방편용으로 즉각 투입이 가능했다.

 

다만 122조는 국가별 차등이 불가능한 '보편적' 관세 조항이고, 150일간만 적용할 수 있다. 의회 승인이 있어야 기한이 연장되지만 트럼프 관세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을 고려하면 연장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이 150일이라는 시간 동안 새로운 관세 체계를 설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거론되는 축이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다.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차별적 무역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트럼프 1기 당시 대중국 고율 관세의 법적 토대였다.

 

관세율 상한이 없고, 4년 일몰 규정이 있지만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구적인 대체 관세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특정 국가를 관세로 압박하려고 할 때 이보다 좋은 수단은 없다.

 

단점은 보복적 성격이 강한 관세인 만큼 대상국의 불공정 관행을 입증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단일 국가에 적용한 사례에서는 실제 조치 공표에 이르기까지 1년이 걸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조사 대상을 정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브라질에 대해서는 이미 301조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과잉 생산 능력을 지닌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브라질, 동남아 다수 국가들은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결정 뒤 평균세율 하락폭이 가장 큰 수혜국으로 평가돼왔다.

 

다른 대안인 무역법 232조를 이용하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 산업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232조를 근거로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목재에 관세를 부과했고 의약품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해서도 품목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다만, 232조 역시 해당 품목이 안보 위협이 되는지 확인할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1930년대 미국 대공항 시기에 제정된 관세법 338조도 언급되고 있다. 338조는 미국 기업을 차별한 국가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이다.

 

조사 의무도 없고 기한 제한도 없다. 미국 협상가들이 전통적으로 무역법 301조 제재를 선호해왔기에 실제 발동 사례는 없지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작년에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력화할 경우 이 조항을 대안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논의를 종합하면 미국은 무역법 122조(단기·전면)로 시간을 벌고, 무역법 301조(국가별·중장기)와 무역확장법 232조(품목별·안보명분) 등으로 관세를 촘촘히 재편하는 '다층 구조'를 만드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제동에도 선택지는 수두룩한 셈이다.

 

다만 이런 관세 드라이브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법률 전문가들은 당장 무역법 122조를 활용한 관세 15% 부과 조치부터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와 달러화 평가절하 위험이 122조가 해결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국제 지급 문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의 무역적자가 122조가 규정하는 '크고 심각한'(large and serious) 수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속도다. 무역법 122조가 보장하는 150일은 짧다. 그 사이에 무역법 301조·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병행해 '상시 관세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트럼프 관세전쟁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