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의원 총회를 열고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 1심 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문제를 놓고 당은 두 쪽으로 갈려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앞서 ‘윤(윤석열)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으나, 장동혁 대표는 되레 ‘무죄 추정의 원칙’ 운운하며 윤 전 대통령을 감쌌다. 의총에서도 같은 주장이 제기되자 장 대표는 ‘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이 더 많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100일도 채 안 남은 6·3 지방선거를 당 지지층만 바라보며 치르겠다는 것인데, 선거는 포기하고 당권을 지키겠다는 말로 들린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2.6%로 더불어민주당(48.6%)보다 16%포인트나 낮았다. 6·3 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1년에 대한 중간 평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현재 여야의 지지율 격차만 놓고 보면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보다는 ‘야당 심판’의 기회로 여기는 국민이 훨씬 더 많은 듯하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우두머리’ 윤 전 대통령의 늪에 빠져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의총에서 6선 조경태 의원은 “내란수괴범 윤석열과 절연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참패한다”고 말했다. 5선 윤상현 의원도 “국민과 역사 앞에 속죄하고 12·3 계엄, 내란, 탄핵 프레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을 당한 이후 치러진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대구시장·경북지사 단 두 곳만 건지고 다른 15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패배했다. 입법권, 행정권에 이어 이젠 지방 권력마저 고스란히 여당에 헌납하려는 듯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이번 지방선거는 TK(대구·경북) 지역 외에는 거의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국민의힘 강세 지역으로 통해 온 영남 지역에서도 달랑 TK만 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금처럼 민심으로부터 역주행을 거듭하면 지방선거 참패는 불 보듯 뻔하다. 민심이 떠나면 ‘영남 자민련’이라는 비유도 과분하지 않겠는가. 지방선거 후 보수 정당이 과연 존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장 대표는 이제라도 상식적 견해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