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국빈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23일 청와대 본관에 도착하자 이재명 대통령의 입가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 차량에서 내리는 룰라 대통령 앞에 선 이 대통령은 이내 양팔을 벌려 ‘뜨거운 포옹’으로 그를 맞이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노동 현장에서의 경험 등을 밑바탕으로 대통령이 된 두 사람 사이의 유대감을 보여주듯 양 정상은 서로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리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 대통령이 룰라 대통령을 맞이하며 맨 금색 넥타이도 브라질 국기에 들어가는 노란색을 고려해 선택한 것일 정도로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세심하게 챙겼다.
이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룰라 대통령을 향해 “존경한다”고 언급하며 “지구 반대편에서 먼 길을 와주신 점에 대해서 정말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환대에 발맞춰 청와대 역시 온종일 룰라 대통령 내외 ‘취향 저격’ 의전에 공을 들였다. 브라질의 문화를 존중하는 동시에 한·브라질 화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만찬 메뉴부터 공연까지 의미를 부여해 선정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복귀한 후 국빈 자격으로 청와대에 방문하는 첫 외빈이라는 점도 성대한 환영의 배경이 됐다.
환대는 숙소에서부터 시작됐다. 청와대는 전날 룰라 대통령 입국에 맞춰 브라질 대통령 내외의 다정한 모습과 브라질 국기 등을 담아낸 케이크를 숙소에 비치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룰라 대통령 환영식도 취타대·전통의장대 등 280여명과 25명의 어린이 환영단이 참여해 성대하게 진행됐다. 룰라 대통령은 방명록에 “이 대통령과 한국 국민께서 보내주신 따뜻한 환대를 깊이 간직하게 됐다”고 적었다. 룰라 대통령은 확대회담 자리에선 이 대통령의 얼굴이 나온 책자를 건네며 “먼저 한번 사인을 해달라”고 이 대통령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국빈 만찬과 이후 이어진 양 정상의 친교 일정에도 룰라 대통령의 취향이 적극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비슷한 삶의 궤적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룰라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치 오랜 동지를, 또 친구를 만난 것처럼 참으로 반가웠다”고 했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인생 경로를 알고 나서부터 우리가 형제처럼 느껴진다”고 화답했다. 만찬 문화 공연에선 두 정상이 공통으로 겪은 노동자 시절을 상징하는 노래 ‘사계’를 어린이 합창단이 불러 정상 간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했다.
청와대는 친교 일정의 백미로 ‘시 낭독 공연’을 마련했는데, 룰라 대통령이 사랑하는 시인인 카를루스 드루몽 지안드라지의 시 ‘손을 맞잡고’가 공연으로 준비됐다. 이뿐만 아니라 브라질산 닭으로 만든 한국식 치킨과 브라질 전통 닭요리도 마련했다. 한국에 수입되는 닭고기 중 약 80%가 브라질산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브라질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 생맥주도 곁들여 양국 간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
양 정상이 공유하는 ‘노동’이라는 키워드는 이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에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이 노동운동가 출신인 점을 고려해 한국의 대표적 노동운동가인 전태일 열사의 평전을 선물로 준비했다. 또 룰라 대통령이 축구 팬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도 선물로 마련했다. 이외에도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민화 ‘호작도’와 룰라 대통령이 직접 극찬했던 한국 화장품이 전달됐다.
김혜경 여사도 룰라 대통령의 배우자인 잔자 룰라 다시우바 여사와 환담을 나누는 등 우애를 다지는 데 공을 들였다. 김 여사는 지난 21일에도 잔자 여사와 만나 일정을 함께했는데, 당시 서울 광장시장에서 잔자 여사를 위해 직접 맞춤 제작했던 한복을 이날 선물했다. 잔자 여사는 이날 국빈 만찬 자리에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