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주년을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며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조속한 종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1년이 지났건만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희생자도 계속 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트럼프가 전쟁 종식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충분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만약 그들(미국 행정부)이 진정으로 푸틴을 막고자 한다면 (그럴 수 있을 만큼) 미국은 충분히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푸틴으로 하여금 전쟁을 멈추게 할 힘이 있으나, 그 능력을 100% 사용하지 않는다며 서운함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젤렌스키는 미국의 더 많은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미국은 단 한 사람(푸틴)과 싸우는 민주주의 국가 편에 서야 한다”며 “푸틴 그 자체가 곧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휴전 협상이 시작됐지만 아직 아무런 성과도 없는 상태다. 이는 러시아의 가장 강력한 요구 사항인 영토 할양을 우크라이나가 전혀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젤렌스키는 “우리는 그(푸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그냥 내줄 수 없다”며 “왜냐하면 그가 우리를 점령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준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모두 우크라이나 땅에서 타국으로 도망을 치거나 아니면 러시아인이 되는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으로부터 꼭 4년 전인 2022년 2월24일 러시아군이 국경선을 넘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두 나라 간에 전면전이 발발했다. 현재 러시아는 돈비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약 20%를 점령한 상태다.
그간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등 막대한 원조를 제공했다. 하지만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군사 지원에서 사실상 발을 뺐고, 영국과 EU의 지원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파괴에 집중하면서 다수 국민은 난방도 끊긴 채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는 중이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붕괴 직전의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독립국으로 남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쟁이 4년간 이어지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엄청난 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두 나라를 합쳐 군인 전사자만 4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본다. 젊은 남성이 부족해져 전쟁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인구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거의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국민인 민간인 사망자도 약 1만5000명으로 집계된다.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 튀르키예 등 이웃 나라로 피신한 전쟁 난민은 무려 960만명에 달한다. 세계은행(WB)은 EU, 유엔과 함께 펴낸 보고서에서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10년간 총 5877억달러(약 850조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