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전월보다 16포인트 내려 석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지수는 1년 후 전망을 반영하는데, 100을 웃돌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하락 예상보다 더 크다는 뜻이다. 한은 분석대로 부동산 투기 근절을 강조해온 정부 정책에 집값 상승 기대가 꺾인 것으로 평가된다.
최상급지인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값은 16일 기준 전주 대비 0.01% 상승에 그쳐 1∼2주 후에는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집값 상승 추세가 완화됐다니 다행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규제 드라이브에 매물이 나오면서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5월9일 종료) 연장은 없다고 못박은 지난달 23일 이후 한 달간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18.8% 늘었다. 이 대통령은 어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다”며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세가 국민주권정부에서도 계속되리라는 기대는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당장 지난달만 해도 서울 아파트는 연율 환산 10%를 웃도는 높은 상승세를 지속했고, 특히 외곽의 오름폭이 더 컸다. 수요 규제만으로는 집값 안정 추세를 이어가기는 힘들다. 필요한 곳에 집이 공급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신속한 공급이 관건이다. 서울·수도권 도심에 6만호를 짓겠다는 ‘1·29 대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되 상대적으로 공급 속도가 빠른 민간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다주택자 규제가 세입자 피해로 이어져선 안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물건은 회수되는 추세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이후 한 달간 16.1% 감소했고, 강북은 신규 물건이 품귀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150만4000원으로 2015년 7월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한국부동산원) 3∼4월 봄 이사철이 본격화하면 시장이 더욱 요동칠 우려마저 나온다. 정부는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대환대출 관행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다주택자의 임대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서민의 주거 불안이 커진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