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집값 담합’에 칼을 빼들었다. 경기도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서울시도 집중수사에 돌입했다. 아파트 매매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집주인들이 모여 특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못하게 하는 등의 담합 행위가 나타난 데 따른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신고하면 팔자 고치도록 포상금을 확 주라” 등 강도 높은 발언들을 내놓으며 부동산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25일 서울시·경기도 등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를 틈타 집값 담합 조짐이 보임에 따라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집중 수사에 들어갔다.
먼저 서울시는 집값 담합 관련 민원 신고가 많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대단지 아파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필요시 수사 범위는 다른 자치구까지 확대된다. 시는 △시세보다 현저하게 높게 표시·광고하도록 강요 △특정 공인 중개사 단체 회원이 아닌 자는 공동 중개 거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매물을 특정 가격 이하로 내놓지 못하게 유도 △부당하게 시세를 올릴 목적으로 실제 거래되지 않는 매물 표시·광고 등 행위를 중점 조사한다.
시는 이번 조치가 단순 ‘엄포’에 그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실제 2024년 7월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온라인 단체대화방을 이용해 집값 담합을 주도한 사례가 적발됐다. 당시 단지 소유주만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개설한 A씨는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매매 가격을 높이도록 유도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A씨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에서 단톡방을 활용한 집값 담합이 적발된 것은 이 사례가 처음이었다.
해당 채팅방에서는 다른 중개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광고한 공인중개사를 “응징해야 한다”는 표현과 함께 실명과 사진을 공유하는 행위도 이뤄졌다. “집주인이다. 저희 아파트 물건을 최저가로 내놓고 팔고 있던데 양심 없나. 다른 집주인들도 화가 많이 나있다. 적당히 해라” 등의 내용이 오갔다. A씨는 인근 공인중개사들에게 특정 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광고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허위 매물로 신고하는 방식으로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급매물로 나온 매도 건에 대해서도 “가격이 낮다”며 매도자와 중개사에게 전화나 문자로 항의했고, 부동산 플랫폼 신고센터에 허위 매물로 신고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1월에는 특정 가격 이상으로 중개를 유도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한 B 아파트 소유자들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시는 2024년 한 해 동안 공인중개사법 위반 55건, 주택법 위반 5건 등 총 60건을 적발해 입건했다.
시는 시민 재산권,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반칙 행위에 무관용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자체 조사뿐만 아니라 고강도 수사를 위해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자치구 등 관계 기관과도 협조한다. 시는 결정적인 혐의 입증 증거와 함께 범죄 행위를 제보한 시민에게는 심의를 거쳐 최대 2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 오는 6월 말까지 ‘부동산 가격 담합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 불법 담합 행위를 발견하거나 피해를 입은 시민은 서울시 홈페이지 ‘민생침해 범죄신고센터’ 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경기도 역시 ‘부동산 불법행위 수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부동산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착수했다. 경기도는 최근 오픈채팅방 방장 등 핵심 주동자 4명을 이달 말까지 검찰에 송치하려던 기존 방침을 확대해 주동자 이외에 가담자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선다. 커뮤니티 방장의 지시에 따라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허위매물 신고를 인증하거나 공인중개사에게 협박 문자를 주도적으로 보내는데 적극 가담한 이들 전원이 수사 대상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경기 하남시의 한 아파트단지 주민 179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는 집값이 10억원 아래로 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 “2~3월 폭탄 민원으로, 5000(만원) 이상 업(올립시다)”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오자 “소중한 밥그릇 사수!”, “총력(전)합시다” 등의 대화가 오갔다. 대화방을 개설했던 방장은 이달 초 집을 팔며 3년 만에 3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집값 담합, 허위 거래 등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허위로 거래 신고하거나 공동 중개를 거부한 공인 중개사는 중개 사무소 개설 등록 취소 또는 최대 6개월간 자격 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집값 담합에 대해 “암적 존재”, “질 나쁜 범죄”라며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담합과 같은 불공정 거래가 시장에 만연한 실태를 두고 “온 동네를 파면 전부 다 더러우니 다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고하면 팔자 고치도록 포상금을 확 주라”며 “4000억원 (규모 신고를) 하면 몇백억원 줘라. ‘악’ 소리 나게, 로또 하느니 담합 뒤지자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수백억 줘도, 10∼20% 줘도 괜찮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