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0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을 앞두고 발전 공기업 5개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가 2억3000만원을 들여 공동 컨설팅에 나선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노조 조직률이 높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현안이 산적한 공공 부문에서 노란봉투법의 파급력이 막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5개사는 지난달 노란봉투법 개정 관련 공동 컨설팅 용역에 착수했다. 법 시행에 따른 발전회사별 영향을 진단하고, 리스크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노란봉투법은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근로 시간, 작업 방식 등을 ‘구조적으로 통제’할 경우,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권을 가진다. 그동안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어 교섭 의무를 면해온 원청 기업들이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발전 분야는 협력업체 수가 많기도 하고, 쟁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했다.
발전사들은 협력업체 등 관계사별 사용자성을 진단하고, 단체교섭, 쟁의행위, 부당노동행위 사건 발생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마련할 계획이다. 쟁의 발생 시 법률 대응 등 단계별 비상 매뉴얼도 제작한다. 이 같은 컨설팅 용역에 총 2억3000만원을 투입하며, 비용은 5개사가 공동 분담한다.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원하청 교섭 모범 사례를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노노(勞勞) 갈등이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거세질 수 있고, 정규직 노조가 반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례로 최근 한국전력 산하 공기업인 한전KPS가 하도급업체 근로자 6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내용의 노정 합의서를 공개하자 정규직 노조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규직 노조의 반발은 성과급 등 배분에서 불이익을 예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전KPS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들도 최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전체적으로 공공기관 인건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조 조직률이 민간 대비 공공이 훨씬 높다는 점도 공공부문이 노란봉투법의 전쟁터가 될 것이란 분석을 뒷받침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의 노조 조직률은 71.7%로 민간(9.8%)을 크게 웃돌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이라는 신무기를 장착한 노조가 화력을 가장 크게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공공”이라며 “정규직 전환 문제 등 노총이 불쏘시개로 삼을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계가 공공 부문에 투쟁력을 집중한 뒤 이후 자동차, 철강 등 산업분야로 옮겨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노란봉투법은 공공기관 통폐합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개혁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뒤 조만간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속도가 날 것으로 관측된다. 발전 5개사도 유력한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데 노조와의 교섭이 법적 분쟁으로 치달으면 통폐합도 표류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