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도하는 전통 외교와 달리, 시민사회 차원에서 인류 공동의 미래를 위해 전지구적 의제를 선도하는 평화의 허브가 있다. 선학평화상이다.
선학평화상은 2015년 한학자 총재가 문선명 총재의 인류 평화 구현 유지를 받들어 설립했다. 명칭인 ‘선학(鮮鶴)’은 두 설립자의 함자에서 한 글자씩 인용해 평화의 상징성을 담았다. 이 상은 설립이래 지구촌의 개발·환경·인권·종교 간 화해 등 복합 의제를 포괄해 왔다.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는 의제 설정과 민간 주도 구조는 한국형 소프트 파워의 확장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단순한 시상을 넘어 국제 평화 의제를 연결·확장하는 플랫폼을 지향하며, 국가와 국제기구 중심 담론에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결합해 왔다.
‘전 인류 한 가족’이라는 메시지
선학평화상은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제시한 ‘전 인류 한 가족’ 비전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인권 존중, 갈등 화합, 생태 보전을 3대 기치로 삼는다. 초종교, 초국가, 초인종이라는 경계를 넘는 평화 철학이다.
이 철학은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 구체적 실천 사례를 통해 검증되는 방식을 택해 왔다. 기후 위기, 감염병, 난민 문제처럼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과제를 해결해 온 인물들을 발굴함으로써, 평화를 추상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로 다루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해 왔다.
복합 위기 시대와 평화 리더십
감염병과 기후 재난처럼 국경을 넘는 위기는 단일 국가의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 기반 국제 플랫폼은 정부 외교를 보완하는 연결망으로 주목받는다.
선학평화상은 매 회 시상식마다 당대 국제사회가 직면한 핵심 의제를 전면에 내세워 왔다.
●2015년 제1회 시상식은 ‘기후 위기’를 주제로 삼았다. 파리기후협정 체결을 앞둔 시점, 기후 문제를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라 인류 생존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2017년 제2회는 ‘난민 위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리아 내전과 유럽 난민 사태가 국제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던 때, 분쟁 지역에서 의료와 인도적 지원을 실천한 인물들을 조명했다.
●2019년 제3회는 ‘아프리카의 굿 거버넌스’를 시상 테마로 삼았다. 외부 원조에 의존하던 기존 한계를 넘어 책임 있는 국가 운영과 제도 개혁을 통한 자립적 발전 모델을 발굴했다. 이로써 평화를 제도적 안정과 책임 있는 통치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2020년 제4회는 ‘공생·공영·공의’를 주제로, 상호의존적 세계에서 공정한 질서와 협력 모델을 강조했다.
●2022년 제5회는 코로나19 팬데믹 한가운데서 ‘글로벌 감염병 대응’을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백신 접근성과 보건 형평성을 평화의 문제로 확장했다.
●2025년 제6회는 ‘평화를 위한 혁신’을 테마로, 기후 대응과 교육, 시민 참여 플랫폼 등 구조적 해법을 제시한 실천가들을 조명했다.
이처럼 선학평화상은 인물을 기리는 상을 넘어, 시대가 던지는 질문을 한국에서 먼저 의제로 설정하며, 10년의 여정을 완성하고 미래 비전을 공고히 했다.
한국형 공익외교의 확장 가능성
한국은 전쟁과 분단, 빈곤을 딛고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했다. 선학평화상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탄생한 민간 차원의 창의적 실험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받는 나라’에서 ‘기여하는 나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만든 국제 평화 무대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갖는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나누는 중견국가로 자리매김해 가는 흐름 속에서, 이러한 축적은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수상자들은 시상 이후에도 선학평화상이 지원하는 국제 포럼과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 네트워크를 유지해 왔고, 일부 의제는 국제기구와 학계 토론으로 확장됐다.
또한 정기적 운영 구조를 기반으로 10년간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민간 플랫폼으로서의 안정성도 확보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비전과 상징을 넘어, 네트워크를 축적해 온 10년이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공공 브랜드로서의 과제
10년을 돌아보면, 선학평화상은 한국 사회가 세계를 향해 던진 질문에 가깝다. 전쟁과 분단, 압축 성장을 지나온 나라가 조심스럽게 꺼낸 물음, “우리는 세계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그 물음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이라는 과제 역시 남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기후·난민·감염병처럼 국경을 넘어선 인류 공동의 문제를 놓고 토론의 장을 한국에서 열어 왔다는 사실이다.
이제 시선은 다음 10년으로 향한다. 갈등이 깊어질수록 의제를 세우는 힘은 더욱 중요해진다.선학평화상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시대적 어젠다를 제시할 것인지, 그리고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해 나갈 것인지는 결국 우리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