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치료받다 죽는다면, 보호자에게 남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어떤 처치가 이루어졌는지, 무슨 약이 투여됐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의문만 가중되는 일도 많다. 현행 수의사법은 진료부 작성·보관 의무를 규정하면서도 보호자의 진료기록 열람·교부권을 두지 않고 있다. 진료기록은 치료의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자료다. 기록이 충실히 작성되고 보호자에게 공개되어야 비로소 의료의 투명성과 신뢰가 확보된다.
보호자가 수의사에게 진료를 의뢰하는 행위는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한다. 그에 따라 전문가인 수의사는 처리 사무, 즉 진료의 구체적인 내용과 위험성 등을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설명이 구두에만 머물고 기록으로 확인될 수 없다면 보호자의 알권리는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어렵다. 설명 의무가 형식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록 접근권은 필수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규정은 보호자가 요청하면 5일 이내에 진료기록 요약본을 제공하도록 한다. 요약본에는 동물의 건강 상태, 치료법 및 투약 약물·용량·치료 계획·검사 결과 등 보호자가 알아야 할 주요 정보가 포함되어야 한다. 기록 제공은 의료 자율성의 침해가 아니라 설명 책임과 투명성의 기반으로 이해된다. 반면 국내의 경우 보호자가 기록 확인을 위해 법적 절차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해 국회에서도 진료기록 열람·사본 발급 의무를 명확히 하려는 개정안이 반복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록 공개가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보호자의 알권리를 부정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공개 자체를 차단하기보다는, 제공 범위와 방식을 설계하고 보호자 확인 목적 외 사용을 제한하는 장치를 두거나 자가 진료를 엄격히 처벌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보호자의 기록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의료 행위의 책임을 지키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하며 동물 의료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박주연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