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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를 끊임없이 戰時로 내모는 정치 구조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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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대통령
2차 세계대전 후 7명의 대통령 중심
최고 지도자 선택이 바꾼 현대사 분석
‘권력의 확대’ 정치 제도적 측면 조명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평화 외치며 멈추지 않는 군비 증강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군산복합체
안보 생태계 된 영구 전시체제 고발

전쟁과 대통령/ 스티븐 M 길런/ 박재영 옮김/ 21세기북스/ 4만8000원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윌리엄 D 하텅·밴 프리먼/ 백우진 옮김/ 부키/ 2만5000원

 

“전쟁은 미국을 규정해온 가장 강력한 변수.” 최근 국내 출간된 ‘전쟁과 대통령’과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이 견고한 명제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 미국 현대사를 돌아보면 전쟁은 언제나 대통령의 권력과 결합해왔고, 미국은 크고 작은 전쟁을 끊임없이 이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쟁과 대통령’이 “전쟁은 어떻게 대통령을 변화시켰는가”를 묻는다면,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무엇이 미국을 끝없는 전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가”를 추적한다.

미국 현대사에서 전쟁은 단지 외교·군사적 사건이 아니라 미국 정치의 구조와 권력의 본질을 드러내는 거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의 군사력을 상징하는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 길이 333m, 폭 77m, 무게 10만여t, 승조원 6000여명에 달하는 칼빈슨함은 항공기 80여대를 탑재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현대사에서 전쟁은 단지 외교·군사적 사건이 아니라 미국 정치의 구조와 권력의 본질을 드러내는 거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의 군사력을 상징하는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 길이 333m, 폭 77m, 무게 10만여t, 승조원 6000여명에 달하는 칼빈슨함은 항공기 80여대를 탑재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오클라호마대 명예교수 스티븐 M 길런이 쓴 ‘전쟁과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곱 명의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 최고지도자가 전시(戰時)에 어떤 선택을 내렸고 그 결정이 어떤 파문을 낳았는지를 분석한다.

가장 먼저 조명되는 인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이끈 프랭클린 D 루스벨트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미국 사회의 고립주의 정서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루스벨트는 이 사건을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로 재해석하며 국민적 단결을 이끌어냈다. 전쟁을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체제와 가치의 문제로 규정한 그의 정치적 설득력은 미국을 ‘민주주의의 병기창’으로 탈바꿈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로 재해석하며 국민적 단결을 이끌어냈다. 전쟁을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체제와 가치의 문제로 규정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로 재해석하며 국민적 단결을 이끌어냈다. 전쟁을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체제와 가치의 문제로 규정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루스벨트의 뒤를 이은 해리 S 트루먼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결단을 내렸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 승인이다. 전쟁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인류사적 윤리 논쟁을 남겼다. 트루먼의 결정은 전쟁 지도자의 판단이 정치적 필요와 도덕적 부담 사이에서 얼마나 가혹한 균형을 요구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전쟁 종전을 이끈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군인 출신 대통령다운 현실주의를 보였다. 그는 확전을 피하면서도 강경한 압박 전략을 통해 휴전 협상을 진전시켰다. 무력의 사용과 절제 사이에서 계산된 선택을 한 사례로 평가된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로 핵전쟁의 문턱까지 갔던 상황은 존 F 케네디의 리더십을 시험했다. 군부는 공습과 침공을 주장했지만, 케네디는 해상 봉쇄라는 절충안을 택했다. 그는 시간을 벌어 협상의 공간을 마련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를 휩쓴 공포와 분노 속에서 그는 이라크 전쟁을 선택했으나 대량살상무기 정보에 대한 오판은 장기적 후유증을 남겼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지 W 부시 대통령.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를 휩쓴 공포와 분노 속에서 그는 이라크 전쟁을 선택했으나 대량살상무기 정보에 대한 오판은 장기적 후유증을 남겼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1세기 사례로는 조지 W 부시가 등장한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를 휩쓴 공포와 분노 속에서 그는 이라크 전쟁을 선택했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 정보에 대한 오판은 장기적 후유증을 남겼고, 전쟁 결정이 얼마나 불완전한 정보 위에서 내려질 수 있는지를 드러냈다.

저자는 대통령들의 결정적 순간을 통해 몇 가지 공통된 메시지를 도출한다. 첫째, 전쟁은 대통령의 성격을 증폭시킨다. 신중한 지도자는 더욱 숙고하고, 확신에 찬 지도자는 더욱 과감해진다. 둘째, 정보의 질이 역사의 방향을 좌우한다. 셋째, 전쟁은 군사 문제이면서 동시에 정치 문제다. 대통령은 최고사령관이자 정치 지도자라는 이중의 책임을 동시에 짊어진다. 넷째, 전쟁 결정에는 언제나 윤리적 딜레마가 따른다. 결국 전쟁은 지도자의 판단을 통해 시작되거나 확대되거나 종결되며, 한 번의 선택이 수십 년의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스티븐 M 길런/ 박재영 옮김/ 21세기북스/ 4만8000원
스티븐 M 길런/ 박재영 옮김/ 21세기북스/ 4만8000원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사실상 미국의 ‘영구 전시체제’를 고발한다. “나는 전쟁을 벌인 적이 없습니다. 나는 국가 안보 체제에서 전쟁광들을 몰아내고 절실히 요구되어온 군산복합체 청산을 수행함으로써, 전쟁에서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종식시키고 언제나 미국을 최우선에 두겠습니다. 우리는 미국을 최우선에 둡니다. 우리는 끝없는 전쟁을 끝낼 것입니다.”(20쪽)

윌리엄 D 하텅·밴 프리먼/ 백우진 옮김/ 부키/ 2만5000원
윌리엄 D 하텅·밴 프리먼/ 백우진 옮김/ 부키/ 2만5000원

도널드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유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자 태도가 돌변했다. 2025년 4월 트럼프는 국방부 예산을 1조달러(약 1400조원)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한 해 만에 1000억달러(약 140조원) 이상을 증액한다는 뜻이다. 2025년 9월에는 ‘전쟁부’를 국방부 보조 명칭으로 사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지난 1월에는 항공기 150대를 동원해 베네수엘라를 전격 침공했다. 평화를 말하면서도 전쟁을 벌이는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만이 아니다. 2024년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무기 판매 규모는 145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이란, 과테말라,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베네수엘라 등 끊임없이 분쟁과 무력 개입을 벌여왔다. 이 끝없는 전쟁 덕분에 미국 방산업계는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다. 빅5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현 RTX),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노스럽 그러먼은 9·11 이후 20년 동안 국방부 계약으로 2조1000억달러(약 3000조원)를 챙겼다.

저자들은 미국이 냉전 종식 이후에도 군사비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를 이러한 군산복합체의 작동 구조에서 찾는다. 펜타곤의 막대한 예산, 방위산업 기업들의 로비 활동, 의회의 지역구 이해관계, 안보 위협을 강조하는 정치 담론이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한다는 것. 특정 무기 체계는 군사적 필요보다 정치적 필요에 의해 유지되기도 한다. 그 결과 전쟁은 비상사태가 아니라 ‘상시 대비 체제’로 고착된다.

‘전쟁과 대통령’이 ‘권력의 확대’라는 정치 제도적 측면을 조명한다면,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이익의 구조’라는 경제·산업적 측면을 파고든다. 두 권의 책은 미국의 정치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안보와 민주주의, 국방과 복지의 균형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