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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되는 ‘선관위 비방 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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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거수 표결을 하고 있다. 2026.2.23/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거수 표결을 하고 있다. 2026.2.23/뉴스1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에 선거관리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형사처벌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투표 과정에서 선관위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신뢰 훼손을 목적으로 사전투표·국민투표 및 개표에 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최대 징역 10년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를 두고 국회 사무처조차 “행정기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입법은 전례가 없다”며 우려한 것은 이 법안에 내포된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가짜 뉴스에 대응하겠다는 취지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방’이나 ‘허위사실’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최고 10년형인 무거운 처벌 조항을 담은 것은 과잉 입법이다. ‘징역 10년’은 살인범들에게 내려지는 ‘보통 동기 살인’의 양형 기준과 맞먹는 수준이다. 행정기관에 대한 비판적 의견 개진을 살인죄 수준으로 다스리겠다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야당이 “선거 독재 입틀막 공포국가를 만드는 법안”이라고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표현의 자유 위축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기간엔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오가야 한다. 민주당이 부정선거 음모론의 유해성과 과잉 처벌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측면을 균형 있게 검토했는지 의문시된다. 국가기관인 선관위는 국민과 언론의 감시·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선관위는 과거 대물림 채용 비리로 얼룩졌고,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소쿠리 투표’라는 오명을 썼던 기관이다. 선거 때마다 여야에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선관위는 국민적 신뢰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기관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말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언론 자유를 질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법은 ‘허위정보’의 범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설이나 칼럼까지 반론보도 청구권 대상으로 삼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추진하고 있다. 언론의 고유 영역인 논평까지 법적 제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한다는 우려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은 국민과 언론의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일련의 법안을 즉각 철회하거나 전면 재검토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