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북한)에서 ‘외국’으로 넓힌 간첩법 개정안(형법)이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1953년 일본의 전시형법을 모방해 제정된 지 73년 만의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간첩법 적용 대상을 적국으로 한정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했다. 2024년 22대 국회 출범 후 여야는 간첩법 개정에 사실상 합의했으나, 원내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처리를 미뤄왔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법왜곡죄’와 묶어서 형법 개정을 추진하는 바람에 야당의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를 비롯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그동안 중국인이 우리 해·공군 기지나 첨단 무기를 촬영하다가 적발되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적국 조건 탓에 이들에게는 간첩법보다 처벌이 가벼운 형법상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해야 했다. 우리 군 정보요원의 신상을 빼돌려 중국 측에 넘긴 전직 정보사령부 군무원조차 간첩죄 적용을 피했다. 우리 첨단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해도 간첩법보다 형량이 낮은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처벌하다 보니 한국이 ‘중국 스파이의 천국’으로 전락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상이다. 반면 중국은 간첩 행위 범위를 대폭 확대해 기업의 기술 정보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반간첩법을 개정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에 취업한 한국 기술자가 한국으로 정보를 빼돌렸다는 혐의로 구속됐을 때 반간첩법을 적용했다.
개정법은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외국 등을 위한 간첩 행위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간첩 행위와 관련해서도 ‘적국 또는 외국을 위해 지령, 사주, 그 밖의 의사 연락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행위’로 구체화했다. 법 적용이 남발될 수 있다는 법원 등의 우려를 반영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간첩법 개정을 계기로 대공수사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은 2024년 경찰로 이관됐다. 대공수사는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렵고 수년간의 밀착 감시가 필요하다. 국정원의 노하우를 경찰이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이 독립된 미국과 독일처럼 정보 공유를 위한 정보공동체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