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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美고속정 영해 침범 4명 사살”… 카리브해 정세 또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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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경비대, 신원 확인차 접근
美측 선제 발포로 총격전 벌여
고속정 탄 10명 중 6명은 부상
美 거주 반체제 운동가로 추정

美선 “우리 정부 작전 아냐” 일축
일각 “쿠바 책임 물어야” 강경론

미국 국적 고속정이 쿠바 영해에서 쿠바 해안경비대와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쿠바 정부는 미국에 거주하는 쿠바인들이 테러를 목적으로 침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신중한 반응이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이후 불안정해진 카리브해 정세가 다시 흔들릴 조짐이다.

25일(현지시간) 아바나에 정박한 쿠바 해안경비대 선박.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아바나에 정박한 쿠바 해안경비대 선박.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쿠바 내무부는 이날 오전 중부 비야클라라주 카요 팔코네스 섬에서 북동쪽으로 약 1.6㎞ 떨어진 해상에서 미국 플로리다 선적 고속정이 쿠바 영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신원 확인을 위해 쿠바 국경수비대 함정이 접근하자 고속정 탑승자들이 먼저 발포해 지휘관 한 명이 다쳤고, 이에 대응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 결과 고속정 탑승자 10명 중 4명이 사망하고 6명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내무부는 고속정에서 돌격소총과 화염병, 방탄복 등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들이 테러를 목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쿠바 반체제 운동가로 추정된다. 쿠바 정부는 이날 늦은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탑승자 7명의 신원을 공개하며 “이들은 미국 거주 쿠바인들로 대부분이 범죄 및 폭력 전과가 있는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 가운데 아미하일 산체스 곤살레스와 레오르단 엔리케 크루스 고메스를 지목하며 “국내 또는 해외에서 테러 행위를 조장, 기획, 지원한 혐의로 당국의 수배 대상이었다”고 덧붙였다.

 

사망자 중 한 명인 미셸 오르테가 카사노바의 형은 AP통신에 “동생은 2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았으며 자유에 대한 집착에 빠져 비극을 맞았다”고 말했다.

 

쿠바 당국은 고속정 탑승자들의 무장 침투를 돕기 위해 미리 쿠바에 입국한 한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해당 인물로부터 자백을 받았다며 그가 “무장 침투 작전의 수용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에서 파견됐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는 성명에서 주권, 영해 수호 의지를 강조하며 “사실관계가 완전히 규명될 때까지 수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은 정부 작전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런 총격전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쿠바 당국의 주장만으로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미 해안경비대가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미 정부의 작전이 아니며, 보트의 소유자나 목적, 사건 경위를 섣불리 추정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J D 밴스 부통령도 “루비오 장관의 보고를 받고 백악관도 상황을 주시 중”이라며 “최악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올해 들어 고조된 카리브해 역내 긴장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 3일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전 대통령이 체포·압송된 이후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지원과 경제 원조 등에 의존하던 쿠바는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산 석유 수입 관세 조치로 에너지 수입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쿠바 사회 혼란이 가중됐다.

 

이날 쿠바 영해 침범 사건이 사회 혼란을 이용한 민간 반정부 세력의 자발적 체제 전복 시도로 결론 나면 양국 간 충돌로 확대될 여지는 제한적이다. 다만 미국 측에서 ‘쿠바가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고 판단할 경우 후속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임스 우스마이어 미국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이날 엑스(X)에 “쿠바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 공산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바 아바나 출신 카를로스 히메네스(공화·플로리다) 연방 하원 의원도 “쿠바 독재 정권이 플로리다 선박을 공격해 승선자들을 살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