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가, 담합 논란을 일으킨 교복 가격을 정상화하기 위해 업체 간 담합행위 조사에 착수하고, 전국 학교의 교복 가격과 공급업체를 전수조사해 가격구조 개선에 나선다. 교복비 부담의 원인으로 지목된 생활복·체육복 등을 포함해 품목별 상한가를 올해 상반기 결정할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교복가격·학원비의 개선·관리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새 학기를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께 부담이 되는 교복가격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가격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4개 교복제조사·40개 대리점 조사
이는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고가 교복이) 부모님의 ‘등골 브레이커’라고도 한다더라”며 “대체로 수입하는 게 많은데 그렇게 비싸게 받는 게 온당한지, 만약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대책을 세울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주요 교복 제조사 등을 대상으로 담합 등의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를 진행한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공정위 본부와 5개 지방사무소를 총동원해 4개 교복 제조사와 전국 40개 내외 대리점 대상으로 전국적인 조사를 개시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고가 논란이 제기된 교복은 관행적인 담합이 지속돼 온 품목”이라며 “다음 달 예정된 광주 지역 136개교 27개 업체의 입찰 담합 사건 심의를 통해 법 위반행위를 엄정 제재하고 고질적인 담합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다음달 6일 열리는 소회의에서 광주 지역 교복 사업자들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사건을 의안으로 올려 심의할 예정이다. 주요 교복 브랜드 대리점 운영자나 교복점 개인사업체 등 사업자 30여명이 2023년 교복 입찰 담합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이다. 공정위는 광주시 소재 중·고교 교복 구매 입찰에 앞서 낙찰자와 들러리 입찰자 등을 밀약하고 실행했는지를 판단하고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교복 구매제도 손질… 실효성 우려도
교육부는 이날 교복 가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전국 중·고등학교 5700여곳을 대상으로 27일부터 내달 16일까지 교복비 전수조사를 벌여 학교별 교복 가격과 선정 업체 현황을 분석하고, 교복 가격 적정성을 검토한다. 특히 구매비가 지원되는 정장형 교복이 아닌 생활복·체육복에 대한 학부모 부담이 크다고 보고, 상반기 중 품목별 상한가를 마련키로 했다.
공급 주체 다변화를 위해 구매 제도도 손질한다. 그간 학교 주관으로 이뤄졌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소상공인으로 구성된 생산자 협동조합 등 새 공급 주체의 참여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협동조합 입찰 시 가점을 부여하고, 공동브랜드 창설 위한 컨설팅과 공공부문 우선구매 촉진 규정 신설도 추진한다.
값이 비싸고 불편한 정장형 대신 생활형 교복이나 체육복으로의 단계적 전환도 추진한다. 정부 지원 방식은 현물형에서 현금·바우처형으로 바꾸도록 각 시·도교육청에 권고한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중 4곳(서울·광주·충남·경북)만 현금·바우처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품목별 상한가를 정할 경우 업체들의 담합을 유도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다음주 심의할 2023년 광주 사건이 그런 사례로, 당시 일부 업체들이 낙찰 순번을 정해 상한가의 3%만 낮춘 가격으로 입찰하는 방식의 담합을 벌이다 적발됐다.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질 경우 교복 업체들이 품질 저하로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생활형 교복 전환은 정부 방침이 ‘권고’에 그친다는 점이 한계로 거론된다. 각 시·도교육청의 협조는 물론 각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칙 개정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정장형 교복 유지를 선호하는 의견도 여전해 진통이 예상된다.
이덕난 대한교육법학회장은 “학교나 학부모 입장에선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공식 행사를 고려했을 때 정장형을 완전히 없애는 게 맞는가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며 “정장형의 이용 빈도가 낮은 만큼 단가를 낮춰 비용을 덜 투입할 수 있게 하는 등 후속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