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8시, 서울 광화문 일대 오피스 상가. 바쁜 출근길 직장인들의 손에는 과일 스무디 한 잔씩이 들려 있다. 믹서기 소리와 함께 갈려 나온 ‘건강’이라는 이미지 뒤에는 당류 30g, 즉 각설탕(1개 3g 기준) 약 10개 분량의 단맛이 담겨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가공식품 당류 섭취 급원 1위는 ‘음료류(30%)’다.
◆포만감은 짧고 당 흡수는 빠른 ‘액상 음료’
가공식품 당류 섭취에서 마시는 형태가 30%를 차지한다는 점은 일상 속 당 섭취 구조가 음료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씹는 과정 없이 섭취되는 액상 음료는 포만감 지속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추가 간식 섭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중 일부 스무디 제품은 250ml 한 잔에 당류 30g 안팎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같은 용량의 탄산음료(약 26~27g)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다. 400ml 이상 대용량 제품의 경우 당류 50g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는 사례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자유당(free sugars) 섭취를 총열량의 10% 미만(약 50g)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며, 추가 건강 이익을 위해 5% 미만(약 25g)으로 낮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대용량 스무디 한 잔으로 권고 상한선에 근접할 수 있는 셈이다.
◆‘건강 이미지’와 실제 당 함량의 간극
과일을 액상으로 갈아 마실 경우 식이섬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가 잘게 분해되면서 당 흡수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씹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섭취 속도가 빨라지는 점도 혈당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과일을 액상으로 마시면 당이 빠르게 흡수돼 혈당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럽이나 당 함유 재료가 추가되면 실제 당 섭취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숫자가 말하는 장기적 연관성
2013년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된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18년 추적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과일주스를 주 3회 이상 섭취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21% 높게 나타났다(위험 증가와 연관성 관찰).
반면 블루베리·포도·사과 등 통과일을 그대로 섭취한 경우에는 당뇨병 위험 감소와 유의미한 연관성이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젊은 연령층의 당 대사 이상 사례가 증가 추세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당 섭취 구조가 음료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을 이유로 과일을 농축해 마시기보다, 가능한 한 통과일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당 섭취 조절 측면에서는 보다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갈아 마시는 대신 씹어 먹는 습관이 혈당 관리의 기본이라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