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역 축제가 ‘양적 팽창’의 늪에 빠졌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축제 규모를 키우고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지역 경제 활성화나 주민 화합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특히 경남 지역은 방문객 유치에는 성공하고도 실질적인 소비 유발에는 실패한 대표적인 ‘질적 하락’ 사례로 꼽히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지식공유플랫폼 ‘나라살림연구소’의 ‘2025년 지역 축제 현황 및 성과분석에 따른 제도개선 방향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지역 축제는 1214개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884개) 대비 37.3% 급증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축제의 ‘대형화’다. 10억원 이상의 대형 축제는 같은 기간 75개에서 149개로 98.7%나 늘어나며 질적 전환을 꾀했다.
그러나 그만큼 인력과 홍보, 시설 등 고정성 비용이 늘어 재정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투입된 예산에 비해 거둬들이는 성과가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전국 축제 외부 방문객은 21.1% 늘었지만, 축제 기간 외부 방문객의 일평균 지역 소비 증가율은 1.5%포인트에 그쳤다. 또 1인당 소비액 증가율은 0% 수준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는 게 보고서 분석 결과이다. 더욱이 지역 축제의 주인이어야 할 지역 주민 축제 참여율은 평균 8.6%포인트 감소하면서 축제가 ‘관(官) 주도의 일회성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전국적인 부작용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곳이 바로 경남이다. 경남은 2019년 66개였던 축제가 2025년 109개로 늘어나며 전국 상위권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외부 방문객 증가율 또한 63.3%에 달해 전국 최고 수준의 집객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남의 축제 방문객 1인당 소비액은 2019년 1만2292원에서 2025년 7007원으로 무려 43% 급감했다. 최근 6년간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폭이다. 축제 기간 일평균 소비 증가율 역시 평시 대비 21.5%포인트 하락해 축제가 지역 상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주민 참여 역시 과제다. 한때 56.7%에 달했던 경남 주민의 축제 참가율은 2024년 47.8%로 줄었다. 2023년(35.7%)보다는 회복세에 있으나 축제 숫자가 늘어난 만큼 주민들의 체감 만족도가 비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축제의 ‘개수’가 아닌 ‘생존 가능성’을 따져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진호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신규 축제에 대해 ‘시범운영-성과점검-일몰심사’로 이어지는 단계별 관리제도 도입을 제언했다. 성과가 부진하거나 관행적으로 유지되는 이른바 ‘좀비 축제’는 과감히 통폐합하고, 그 재원을 주민 복지나 지역 예술인 지원 등 대안 사업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연구원은 “축제라는 형식이 소상공인과 지역주민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지 기회비용 관점에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인 평가 체계를 구축해 축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