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4년이 되었다. 전쟁은 이미 장기전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양측 모두 이를 ‘승리’가 아니라 ‘관리’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듯하다. 처음 러시아가 침공했을 당시, 우크라이나가 이토록 오래 버틸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 군대가 어떤 변화를 겪으며 만들어졌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세기에 들어 우크라이나군은 첨단 기술 중심의 소수 정예 직업군으로 탈바꿈하려 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시작된 돈바스 전쟁은 이러한 구상의 한계를 드러냈다. 소수의 정예군만으로는 러시아와의 지속적인 군사적 대치와 분쟁을 버텨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결과 군 개혁은 방향을 틀었다. 먼저 군에 대한 사회적 동원이 이루어졌다. 2015년 한 해에만 시민사회는 국방예산의 약 4%에 해당하는 기부와 지원을 제공했다. 러·우 전쟁에서 국가 차원의 드론 모금 캠페인인 “Army of Drones”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사회적 기반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정부는 민병 성격의 자원병 대대 창설을 허용하고 특수부대를 통해 이들에 대한 훈련을 지원했다. 약 1만명에 달했던 이들은 전쟁 초반 큰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징병제가 부활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다시 대규모 상비군 체제로 전환되었고, 이에 맞추어 예비전력 관리 체계도 정비되었다.
군의 운용 방식에서도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졌다. 돈바스 전쟁을 겪으며 상급 제대에 권한이 집중된 경직된 지휘 구조의 한계를 절감했고, 이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전장에서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휘 체계를 분산하고 하위 제대에 전술적 자율성을 부여하는 임무형 지휘를 강화했다. 또한 부사관의 체질 개선이 이루어졌다. 과거에 부사관은 제한된 역할에 머물렀지만, 하사·중사와 같은 초급 부사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들에게 훈련, 전투 준비, 부대 관리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부여했다. 이들의 전술적 수준에서의 주도성이 강화되면서 부대의 전투 능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무기 획득에서도 전쟁 교훈에 기초한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졌다. 포병 전력의 양적·질적 강화와, 대전차무기와 무인기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동시에 특수부대 장비도 보강하여 특수부대의 임무 수행 능력을 강화했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선택은 서구식 정예군과 전통적 대규모 군대 사이의 절충이었다.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면서도 서방식 지휘 체계와 선택적 전력 강화를 결합한 현실적 군 개혁이었다. 이는 고비용의 서구식 모델을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 제약과 러시아와의 장기적 군사 대치라는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었으며, 오늘날 우크라이나가 버틸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