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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집도 매물로… 부동산 시장 매수자 우위 구도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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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아파트 시세보다 싸게 내놓아
“투기 땐 손실되도록 철저히 설계”
순방 중 ‘X’에 부동산 정상화 강조

서울 아파트 매물 한 달 새 26%↑
강남 3구·용산구 2년 만에 하락세

보유세 개편 압박에 관망세 확산
“단계적 조정 장세 본격화 양상”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성남 분당구 자택까지 매물로 내놓으며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한동안 매도자가 ‘갑’이던 시장도 매수자에게 유리해지는 분위기다. 매물이 늘고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계속되며 매수자 우위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73.4로 1월26일(99.3) 이후 3주 연속 하락 폭이 커졌다. 매수우위지수(0∼200)는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고, 100을 하회할수록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급매물 정부의 집값 잡기 총력전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위축되고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1일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물 광고. 연합뉴스
급매물 정부의 집값 잡기 총력전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위축되고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1일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물 광고.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매도자 우위였던 시장 분위기가 변화한 것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월9일 양도소득세 중과가 종료되는 다주택자는 물론 고가 1주택 보유자들도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매물 출회가 본격화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지난달 28일 기준 7만2049건으로 1개월 전보다 26.1% 증가했다. 그중 2만2956건(31.9%)이 강남 3구에서 나왔다.

강남권에서는 호가를 낮춘 매물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전용 84㎡ 4층이 지난달 14일 39억3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중층 매물이 4억원 이상 낮은 35억원에 급매로 나왔다. 해당 물건은 전세 임차인을 둔 다주택자가 급히 매도하고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도 19층이 지난 1월 60억8000만원에 팔렸지만 최근 들어 55억2000만원까지 호가가 낮아진 중층 매물이 나타났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2월 넷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값은 약 2년 만에 일제히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집을 내놓은 것은 아파트 가격이 고점을 찍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난해 집값 상승이 크지 않았던 서울 외곽까지 퍼지긴 어렵겠지만, 한강 벨트 등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들로 가격 조정이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부인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로 보유한 분당구 아파트를 지난달 27일 매물로 내놨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거주 목적의 1주택 소유자였으나,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의지를 국민께 몸소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내놓은 것”이라며 “해당 아파트의 전년 실거래가 및 현재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물로 내놨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해당 아파트를 29억원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순방길에 오른 이 대통령은 이날도 엑스(X)에서 “(부동산) 투기는 투기한 사람이 아니라 투기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든 정치인과 정부가 문제”라며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선택이 손실이 되도록 세금, 금융, 규제를 철저히 설계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정책을 불신한 선택이 결코 이익이 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 정부의 성공이자 정상사회로 가는 길”이라면서 “집을 사고파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것이 이익이 되게 할지 손해가 되게 할지는 정부가 정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보유세 강화, 비거주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축소 등 추가 세제 카드나 대출 규제가 집값 향방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급매물이 계속 나오며 당분간 매수자 우위 국면이 계속되고, 단계적으로 조정 장세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라라며 “정부가 여러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5월9일 이후 당장 매물 절벽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보유세와 거래세를 올리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은 문재인·노무현정부 때와 같아 결과도 달라지기 어렵다”면서 “다주택자를 악마화하기보다는 공공에 매도하는 조건 등으로 거래세를 내려주는 유인을 제공하며 다주택 해소를 유도하는 것이 전월세를 포함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