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대적인 공습을 개시하며 중동 일대 긴장감이 높아지자, 산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산유국이 몰려 있는 중동 지역의 혼란으로 유가가 치솟고, ‘에너지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세계 해운뿐 아니라 에너지 시장이 큰 타격을 입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에 민감한 정유·석유화학 기업은 유가와 정제마진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 중이고, 항공·해운 업체는 영공 폐쇄와 해운로 봉쇄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1일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선물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장외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75.33달러까지 올랐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주말 이후 이란 공습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등의 여파가 시장에 닥치면 국제유가는 더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주요 에너지와 산업 원료인 원유 가격이 오르면 관련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를 경우 기업 원가는 평균 0.38%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이번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경우 주요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야기가 나와 상황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해운업계는 중동 일대 영공 폐쇄와 해운로 봉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중동 영공 폐쇄로 인천공항에서 중동으로 출발하는 항공편과 중동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항공기 결항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항공도 미국의 이란 공격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오후 1시13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두바이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KE951편을 미얀마 공역에서 인천으로 회항시켰다. 오후 9시 두바이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KE952편도 결항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중동 노선인 인천∼두바이에서 주 7회 왕복 운항해 왔는데, 향후 상황에 따라 후속 스케줄을 조정할 예정이다.
해운업계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상황을 대비 중이다. 걸프 해역(페르시아만) 입구에 있는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30%를 차지한다. 유조선을 운영하는 국내 해운업체들은 항로 우회·변경 등 비상계획을 점검하며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중동 국가에 진출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삼성전자는 이란을 포함한 중동 주재원들의 피해 현황을 확인했다. 아직 피해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중동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안전을 확인하는 한편 이들에 대한 안전 조치를 취했다.
중동에서 방산과 금융, 기계 분야 사업을 펼치는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직접 나섰다. 김 회장은 “중동 임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철저한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라”고 지시했다. 중동 지역의 첫 생산 거점인 현대차사우디 생산법인 공장을 준공한 현대차 역시 상황을 지속 관찰하고 있다.
산업부와 중기부는 기업 피해 최소화에 전력을 기울인다. 산업부는 상황 발생 직후 2차례에 걸쳐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산업자원안보실장을 단장으로 소관 부서와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긴급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중동 상황 관련 피해 접수 체계를 가동했다. 피해 유형별 맞춤 지원도 추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