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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엔 립스틱” 옛말 아니네…유통家, 운명 건 ‘뷰티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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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무신사 등 플랫폼부터 백화점·마트까지 카테고리 무한 확장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 소비자는 지갑을 닫지만, 역설적으로 입술은 더 화려해진다. 적은 비용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립스틱 효과’다.

 

뉴시스
뉴시스

고물가와 소비 둔화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신선식품과 패션이라는 본업의 울타리를 넘어 ‘뷰티’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전면전에 나섰다. 뷰티 산업의 위상은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섰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4년 K-뷰티 수출액은 114억 달러(약 16조5000억원)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숫자가 증명하듯 뷰티는 이제 단순한 화장품 판매를 넘어 유통사의 성장을 좌우할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다.

 

플랫폼 업계의 행보는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이다. 신선식품의 대명사였던 컬리는 최근 뷰티 사업 강화를 위해 전문 인재를 대거 채용하며 조직 규모를 키우고 있다. ‘샛별배송’으로 다져온 물류망에 프리미엄 뷰티를 얹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패션 공룡 무신사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 ‘맥(MAC)’을 공식 입점시키는 등 브랜드 라인업을 확장한 결과, 회사 측에 따르면 2025년 누적 기준 뷰티 거래액은 전년 대비 16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올해 1월 한 달간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235%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옷을 사러 온 고객이 자연스럽게 색조 화장품까지 장바구니에 담는 ‘연쇄 소비’ 구조가 안착했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오프라인 거점을 가진 전통 유통 강자들은 ‘경험’을 무기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노원점은 약 1년간의 리뉴얼 끝에 서울 동북권 최대 규모인 400평 공간에 25개 프리미엄 브랜드를 모은 ‘초대형 뷰티 전문관’을 선보였다. 설화수의 1:1 맞춤형 케어, 에스티로더의 리클라이너 서비스 등 온라인이 줄 수 없는 ‘대접받는 경험’을 실구매로 연결시키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 역시 서울 대치동에 ‘더한섬하우스’를 열며 매장 절반을 뷰티와 라이프스타일로 채웠다.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의 스파 공간을 조성해 패션 매장을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재정의했다.

 

해외 시장 공략도 속도가 붙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다낭점과 나짱점을 리뉴얼하며 코스메틱 매장 규모를 30% 키웠다. 현지의 뜨거운 K-뷰티 수요를 현장에서 직접 흡수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일수록 고객은 확실한 행복을 주는 작은 사치에 집중한다”며 “뷰티는 단가 대비 마진율이 높고 고객 충성도가 강해 당분간 유통가의 ‘뷰티 시프트(Shift)’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