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혁신에 적응할 골든타임을 놓치면 기업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하며 수조원을 투입해 통신 1등 기업 위상을 되찾고,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아시아 최대 AI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6’이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정 CEO는 “앞서 구축한 레거시 정보기술(IT) 시스템이 AI 친화적이지 않아 완전히 바꿔야 하고, 조 단위 투자도 과감하게 시행하겠다”며 ‘AI 네이티브’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통신 부문은 AI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대대적으로 개편해 AI 중심 통신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영업전산, 회선관리, 과금시스템 등 모든 통신 시스템을 AI 중심으로 구축해 고객 맞춤형 요금제, 멤버십 등을 설계·제공할 방침이다.
고객 신뢰와 기본기(품질)를 단단히 잡고, AI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자율 네트워크 전략도 본격화한다. 무선 품질 관리, 트래픽 제어, 통신 장비, 시설 운영을 AI 기반 자율 구조로 전환해 서비스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주요 글로벌 통신사들과 AI 플랫폼 기반 6세대(G)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는데, 한국 기업 중에는 SK텔레콤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AI 인프라 사업자로서 역할도 강화한다. 기존엔 AI 사업을 이동통신(MNO)에 AI를 접목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통신과 별개로 AI 인프라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우선 AI 데이터센터를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보고 초거대(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에 건설 중인 100㎿급 데이터센터는 1GW 이상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1GW급 구축에 100조원 가까이 드는데 수요(고객)를 먼저 확보하고 구축에 나서 리스크를 낮출 방침이다. 오픈AI와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건설도 추진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해인’을 포함해 동·서를 잇는 AI 인프라 벨트를 조성하기로 했다.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높이는 자체 운영 솔루션도 개발해 장기적으론 AI 특화 인프라를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도 주력한다. 국내 최대 규모 519B 독자 파운데이션 AI 모델을 1000B(1조 파라미터)급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하반기엔 이미지뿐만 아니라 음성과 영상 데이터도 처리할 수 있도록 멀티모달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 정 CEO는 “500B 규모 모델은 미국과 중국, 프랑스 다음으로 크다”며 “글로벌 수요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