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국회 본회의에서 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등 ‘사법 3법’을 일방 처리한 뒤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법왜곡죄(개정 형법)와 재판소원(개정 헌법재판소법)의 경우 이달 중 정부가 법률을 공포하는 즉시 시행되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터져나온다.
◆“미완의 제도, 즉시 시행 시 혼란”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법왜곡죄를 규정한 개정 형법의 부칙을 보면 해당 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된다. 소급 적용에 관한 세부 규정은 따로 없다. 이에 따라 과거 이뤄진 법원 판결이나 검경 수사에 대한 법 왜곡 혐의 고소·고발이 폭주하고 판검사의 업무 수행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왜곡죄는 형사사건 재판에 관여한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한 검사 또는 수사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법령을 왜곡하거나 증거를 은닉·위조해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했을 경우 최대 10년간 징역형과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법조계에선 “민주당에서 법 왜곡 행위를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내용이 추상적이고, 탄핵 절차 없이도 사실상 파면에 가까운 처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 위헌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법왜곡죄로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진 재량적 판단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 때문이다. 판사 출신인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왜곡죄 혐의로 고소·고발은 많이 이뤄지겠지만, 실질적으로 죄가 성립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왜곡죄 도입으로 형사 변호사 시장은 반사이익으로 특수를 누리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법무법인 MK파트너스 변호사는 “법왜곡죄의 유일한 긍정적 효과는 형사 변호사 시장이 활짝 열리게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소원제 도입으로 법원 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이 가능해지지만 당장 재판소원의 성립요건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개정법에 따르면 법원 재판이 ‘헌법·법률’이나 ‘헌법·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심리가 이뤄져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란 지적이다. 당분간 헌재에서 사건 폭증을 감당하며 각하 요건 등 기준을 세워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판소원으로 형사·민사·가사·행정 등 각종 판결에 대한 효력은 즉시 중지가 되는 것인지 명확한 규정도 없다. 당사자들의 재산·권리관계와 형 집행 등에서도 혼란도 불가피한 것이다. 아울러 재판소원 증가에 대비해 헌법재판관 등 헌재 인력 확대도 필요할 수 있다.
대법관 증원(14명→26명)으로 하급심 부실화도 눈앞에 다가왔다. 대법관을 12명 늘리면 재판 실력을 갖춘 중견 법관 100여명은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으로 차출해야 하고, 하급심엔 그만큼 법관 수가 부족해져 재판 지연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운영 방식 변경, 늘어난 대법관과 재판연구관을 수용할 대법원 청사 공간 마련 등도 난제다.
◆여권 일각서 ‘행정처 폐지’ 등도 고개
범여권 일각에서는 법원행정처 폐지 등 ‘2단계 사법개혁’ 추진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사법개혁의 다른 이름은 전관비리 근절”이라며 “사법개혁으로 공정한 재판의 토대가 마련됐다. 이제 2단계 사법개혁을 준비하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사법개혁 3법에 이어 법원행정처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며 “민주당도 호응할 것으로 믿는다. 시기와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다만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당과 조율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홍윤지·최경림·배민영 기자 hyj@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