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때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구의원을 지낸 A씨는 최근 통화에서 공천헌금과 관련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전국적인 현상”이라며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게 건넸다는 ‘1억원’이 본인이 아는 ‘서울시의원 공천헌금 단가’랑 일치한다고 했다. 구의원 같은 경우 3000만∼5000만원 수준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김 전 시의원은 2021년 12월 당시 강 의원 측 보좌관을 만나 “(서울시의원) 자리가 비지 않느냐, 그 자리에 저를 넣어주시면 ‘큰 거 한 장’(1억원) 하겠다”는 취지로 공천을 청탁했다.
2일 8대와 현직인 9대 서울 지역 구의원 20명을 상대로 공천헌금에 대해 물은 결과, ‘큰 거 한 장’이 오롯이 김 전 시의원 머릿속에만 나온 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지역 정가에서 거론되는 ‘시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8대 구의원을 지낸 B씨는 “비례대표 후보는 공천헌금을 주고받는 경우가 특히 많이 있다고 한다”며 “구의원이 5000만원이고 시의원이 1억원 정도 된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직접 공천헌금을 요구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엔 “그게 뭐 있어도 누가 밝히겠냐. 서로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어떤 식으로 공천헌금이 오가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주로 차에서 많이들 왔다 갔다 한다”고만 전했다.
7·8대 구의원을 지낸 C씨는 “비례를 받아서 처음 구의회에 들어왔는데 공무원들이 ‘얼마나 준 거냐’고 물어본 게 기억난다”며 “어떤 사람들은 ‘한 장’(1억원) 줬다는 얘기도 했다. 기본이 5000만원이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의원들끼리) ‘얼마 주고 공천받았냐’고 직접 물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일부는 지역마다, 당에 따라 공천헌금 단가에 차이가 있다는 언급도 했다.
6∼8대 구의원을 지낸 D씨는 “의원들끼리 친해지면 술자리에서 (공천헌금에 대해) 얘기를 한다”며 “지방에 공천헌금이 확실하게 많다. 서울보다 거기 단가가 2배 정도 비싸다. 지방에 가면 단가가 더 세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선 잘 모른다”면서도 “예전에는 공천헌금이 비밀도 아니었다.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나서 문제가 됐을 뿐이다. 다들 쉬쉬하면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건 장부를 까보지 않아도 대충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종종 공천헌금이 실제 공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소동이 벌어진 경우도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6∼8대 구의원을 지낸 E씨는 “지역 재개발을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공천헌금을 갖다 부었는데 떨어졌다”며 “떨어지니깐 ‘돈 내놓으라’고 국회의원 사무실을 찾아가서 뒤엎었다. 그게 5000만∼6000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역·당협위원장 측에서 “직간접적으로 (공천헌금을) 요구하는 것이라 보는 게 맞다. 그런 시그널이 없는데 무작정 공천 달라고 돈을 주진 않는다”며 “그런 걸 줘야 공천을 해준다고 하니깐 갖다 주는 것”이라고 했다.
공천헌금을 받았다 되돌려보낸 사례를 들어본 적 있다는 이도 있었다.
8대 구의원을 지낸 F씨는 “어떤 사람은 ‘3개’(3000만원)를 가지고 왔는데 다른 사람은 ‘4∼5개’(4000만∼5000만원)를 가지고 오니깐, 더 많이 준 사람에게 공천을 준 거다. 그러니깐 3개가 돌아온 거다. 드물지만 그런 일도 있다”고 말했다.
현직 구의원들 중심으로는 이런 공천헌금이 ‘옛날얘기’일 뿐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초선 현역 구의원인 G씨는 “전에는 공천할 때 ‘여긴 얼마, 저긴 얼마’ 하는 얘길 들었다. 그런데 들어와 보니깐 실상이 그렇진 않다. 요즘 그런 거 주거나 받으면 김경·강선우 사건처럼 목이 날아가니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강 의원 같은 경우 민주당 지도부가 제명 처분을 내렸지만, 일부 전·현직 구의원은 이런 강경한 대응이 이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1억원 공천헌금 수수’를 시인하는 녹취가 공개됐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시일 내 징계가 이뤄졌을 뿐 대개는 논란이 불거져도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이유로 당이 팔짱 끼고 지켜보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D씨는 “공천헌금 논란이 불거졌을 때 당에서 위원장을 아예 탈당시키는 등 아주 세게 조치를 해야 한다”며 “양당이 모두 솜방망이다. ‘너무 한다’ 싶은 조치를 해서라도 다시는 정치에 발을 못 붙이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