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3선 구의원을 지낸 A씨는 최근 통화에서 지역·당협위원장이 구의회 의장단 선출 과정에 직접 개입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원장이 ‘이 사람 뽑아야 한다’고 하면 소속 구의원들이 공천 때문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그거 생각 없이 원칙대로 하자고 하면 눈밖에 나서 다음에 공천 못 받는 결과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내가 3선 하면서 (의장단 선출이) 다 그렇게 됐다”고 했다.
2일 8대와 현직인 9대 서울 지역 구의원 20명에게 ‘지역·당협위원장이 구의회 원구성에 관여하느냐’고 물은 결과, 60% 수준인 12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원구성은 임기 중 전반기·하반기 두 차례 단행돼 지방의회 의정활동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위원장이 지방의회 원구성에 개입하면서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일이 횡행한다는 것이다.
8대 구의원을 지낸 B씨는 위원장의 원구성 개입에 대해 “100%다. 당에서 (의장·부의장 등을) 지명한다. 원래 자율로 선출해야 하는데, 구의원들이 ‘그건 안 된다’고 할 힘도 없다”고 말했다.
현역 재선 구의원인 C씨도 구의원들이 위원장 영향을 차단하기 어렵다며 “구의원 입장에선 상임위원장이나 의장단 욕심도 나겠지만, 그거보다 중요한 게 다음 선거에서 공천받는 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런 위원장의 ‘입김’은 개개 사례마다 그 정도에 차이가 있어 보였다.
8대 구의원을 지낸 D씨는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위원장이 (원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그게 개인차가 있긴 하다. 아예 자율에 맡기는 경우도 있고 교통정리가 안 될 때 조율하는 역할을 위원장이 맡기도 한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8대 구의원을 지낸 E씨는 “위원장 주도로 원구성을 조정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위원장이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서 정리하는 걸로 안다. 나도 상임위원장 문제가 있었는데 위원장 측에서 만류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고 했다.
교통정리나 조율 수준을 벗어나 아예 찍어누르는 경우도 있다는 말도 나왔다.
3선 구의원을 지낸 F씨는 “우리 구의원끼리 모여서 (의장단 선출) 투표하고 끝내야 하는데, 위원장이 꼭 끼려고 한다. 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해서 ‘이번엔 누구를 의장으로 밀어라’ 등 지침을 내린다”며 “그래도 우리가 지역에서 선출된 이들인데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상 양당 간에 의장·부의장과 각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누면 정당별로 의원총회를 열고 개개 직책을 맡을 사람을 정하는 게 원칙인데, 그 전에 국회의원이나 위원장이 자리를 따로 마련해 사실상 구의회의 주요 직책을 배분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침에 반기를 들었다가 고초를 겪었다는 구의원도 있었다.
7∼8대 구의원을 연임한 G씨는 “상임위원장을 놓고 당시 경선을 한 적 있다. 나한테 그만두라는 압력이 많이 들어왔다. 위원장도 내게 ‘뭐하는 거냐’고 했다”며 “다른 구의원들이 그 후에 날 엄청 왕따시켰다”고 했다.
본회의에서 투표하는 의장단 선출의 경우, 사실상 위원장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정식 징계 절차가 시작되기도 한다. 당론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9대 현역 구의원인 H씨는 이와 관련해 “(위원장이) 누굴 찍으라고 지시를 내리고 그게 당론이 되더라도, 누구는 ‘나하고 관계가 안 좋아서 찍기 싫다’고 소신을 밝히고 다른 사람을 찍는 경우가 있다”며 “그 사람은 서울시당에서 조사 나오고 감사하고 해당 행위를 했다는 등 불이익을 주는 걸 본 적 있다. 위원장이 직접 감사 나오는 것도 봤다”고 전했다.
일부 구의원들은 원구성에 위원장 개입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같은 당이더라도 구의원 간 알력이 심하면 누군간 나서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 역할을 위원장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역 구의원인 I씨는 “원구성할 때 같은 당이더라도 구의원끼리 갈등이 꽤 있다. 싸움이 커지니깐 시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시당이 먼저 나서서 개입하는 경우는 없지만 구의원들 안에서 정리가 안 되면 나서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구의원이 자리싸움에 일부러 위원장을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3선 구의원을 지낸 J씨는 “원구성을 하는데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다 보니깐 일부는 국회의원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국회의원이 거기 호응해서 의견을 내니깐 엉망이 되는 일도 있었다. 순번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자리를 못 맡게 되니깐 후반기에 하려고 아예 상대 당으로 넘어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