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 당국이 세계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코스피가 3일 7% 넘게 폭락하자 증권가가 경계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코스피가 최근 가파른 상승에 따른 부담에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급등 우려가 트리거로 작용하며 낙폭이 커졌다고 진단한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에 대한 심리를 현재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지표는 원유 가격"이라면서 "유가 반등과 함께 지정학적 사태에 대한 낙관론이 급격히 약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선으로 상승폭을 반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한국시간 오전 9시경을 저점으로 반등, 주말 사이 고점인 73달러대를 향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동지역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증시의 낙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며 "코스피는 전일 반영하지 못한 낙폭과 최근 지수 급등으로 인한 외국인 차익실현 압력이 더해지며 낙폭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이란 측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식화했다는 소식에 WTI가 72달러대로 상승하고 그 여파로 미국 나스닥 선물이 1% 조금 안되게 밀리고 있다. 일본 닛케이도 3% 가까이 급락하는 등 주식시장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왜 코스피는 7% 넘게 빠졌고 매도 사이드카도 걸려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기는 하다"면서 "중동 전쟁, 미국 신용 불안 등 외부 변수들이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맞지만 현재 국내 증시는 단순히 '주가'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국면에 일시적으로 들어선 영향도 있다"고 풀이했다.
연초 이후 미국 증시가 약보합권에 머무는 동안 코스피가 두 달 만에 50% 가까이 급등, 기술적 과열 정도를 보여주는 일간이격도가 '닷컴 버블' 시절을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은 까닭에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한 연구원은 "아직 국장 랠리의 메인 엔진인 이익, 밸류에이션, 정책 모멘텀은 식지 않았다"면서 "폭등장에서 단기 조정으로 속도부담을 덜고 가는 것도 길게 봤을 때는 더 많은 수익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단 증권가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초반 코스피는 교전 확대에 따라 5,000포인트대 중·후반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단기간에 상황이 종료되고 증시가 단기 조정에 그친다면, 오히려 기술적 과열 해소를 빌미로 증시 탄력은 재차 강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도 "코스피는 중동 리스크의 중기전(소요 기간 1~2개월) 감안 시 10% 정도의 가격 조정 가능성이 있다"면서 "해당 시나리오의 코스피 저점은 5,600"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칫 사태가 장기화하면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세계적 물가상승을 유발, 회복세를 보이는 글로벌 경기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대신증권[003540] FICC리서치부는 3일 발간한 '예상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1주일 전후의 '초단기'나 1∼3개월간 지속되는 '단기' 시나리오의 경우 코스피와 글로벌 증시가 각각 5%와 10% 내외의 조정 이후 상승추세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분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중기' 시나리오의 경우 코스피와 글로벌 증시는 20% 내외의 조정을 겪은 뒤 저점 및 지지력 테스트에 들어갈 것이고, 1년 이상 '장기' 시나리오에선 30% 이상 조정된 뒤 대세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보고서를 쓴 연구원들은 "과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유가가 급등한 채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경우 시차를 두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졌고, 증시는 버블붕괴와 대세하락 국면이 전개됐다"고 짚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번 전쟁과 관련해 정유, 액화천연가스(LNG·업스트림), 원전, 인공지능(AI), 제약/바이오, 해운 등을 수혜 가능성이 높은 섹터로 평가했다.
반면 유틸리티, 건설, 철강, 항공, 증권, 화학 등은 주가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는 업종들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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