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합훈련의 방식과 규모를 두고 노출된 한·미 간의 외교·군사적 불협화음은 동맹의 결속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연합방위태세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한·미동맹은 대체 불가능한 핵심 자산이지만, 전략적 관리의 부재는 구조적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양국 간 입장차를 조속히 해소하고, 연합방위태세에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군은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 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 최우선 과제로 한·미연합훈련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존중, 동맹의 결속력과 메시지의 일관성을 견지해야 한다. 동맹의 작은 균열이 곧 억제력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99%의 완벽한 억제도 1%의 빈틈에 무너질 수 있다. 동맹의 진정한 강함은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발생한 갈등을 조기에 관리하고 제도적 신뢰로 승화시키는 역량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작전 자율성을 존중하되 서해와 같은 민감한 수역에서의 훈련은 긴밀한 조율이 필요함을 요구해야 하고, 미국 또한 일방적 주도가 아닌 한국의 국내 정치적·전략적 맥락을 이해하고 상호 존중의 입장에서 훈련을 조율하는 성숙한 파트너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는 주한미군의 작전 자율성을 제약하는 것이 아닌, 공동의 억제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이에 더해 양국은 긴밀한 사전 조율체계와 공동 메시지 관리 시스템을 체계화해 메시지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일치된 입장을 견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오판을 방지하고 강력한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한·미연합훈련을 대북·대중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지양하고, 실전적 연합훈련체계를 지속 유지해야 한다. 진정한 평화는 상대의 선의가 아닌, 압도적인 힘과 빈틈없는 대비태세에서만 가능하다. 연합훈련의 유예나 축소가 초래하는 대비태세의 취약성은 필연적으로 적대 세력의 영향력 확장을 허용하게 된다. 따라서 철저한 감시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완벽한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한국군 주도 능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필수적이다. 만약 외교·정치적 상황으로 훈련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면, 반드시 실전력을 유지할 구체적 대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투기술 숙달에 초점을 두는 대대·여단 단위 훈련은 대규모 연합훈련의 완전한 대체재가 될 수 없다. 고도의 첨단 무기체계와 육해공 합동전력과 동맹국 간의 복합적인 지휘통제시스템(C5I)이 결합된 훈련을 통합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AI와 가상현실을 활용한 LVC훈련체계를 고도화해 상시적 대비태세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는 ‘능동적 기여자’로 변신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국한된 전력이 아닌, ‘대중 견제를 위한 역내 전략 자산’으로 운용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에도 이에 부응하는 더 높은 수준의 동맹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경쟁의 최전선이자 북한과 대치하는 특수한 안보 환경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과 선택적 협력 사이의 딜레마를 겪고 있다. 이제는 이런 전략적 모호성에서 탈피, 국익 중심의 명확한 원칙에 따라 동맹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할 때다.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상수(常數)로 수용하되, 그 대가로 한국 해군의 핵심 작전구역인 서해 및 인근 해역에서의 정보 주권을 확립하고, 한국군 주도의 다영역 통합작전 역량을 가속화해 안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동적 방위 역량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권의 성향이나 외교·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연합훈련 규모가 축소·연기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한·미동맹의 신뢰를 저해하고 안보적 취약점을 노출하는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는 베게티우스의 격언은 시대를 관통하는 안보의 진리다. 훈련장의 포성이 높을수록 역설적으로 국민의 일상은 더욱 고요하고 평온해진다. 안보의 역설은 준비된 힘만이 평화를 보장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김종하 한남대 산학연구부총장 국방전략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