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지역 분쟁이 나흘째를 맞아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사상자가 속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처음에는 4~5주를 예상했지만, (미국은)그보다 훨씬 더 오래 (군사작전을) 지속할 역량이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선 “나는 지상군 투입에 대해 ‘울렁증’(yips)은 없다”고까지 했다. 이란도 결사 항전에 나섰다. 이란은 “호르무즈 통과를 시도한다면 불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본토를 넘어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걸프 9국의 미군 기지는 물론 공항·호텔 등 일반 시설까지 드론과 미사일로 무차별 타격하고 있다. 친이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가세하며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사태 장기화로 인한 충격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만큼 치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동 리스크는 대미 관세도 버거운 우리 경제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사흘 휴장 뒤 어제 개장한 코스피 지수는 폭락했다.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452.22포인트(7.24%) 폭락한 5791.91로 장을 마쳤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한때 59.90으로 치솟으며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진 결과다. 최근 안정세를 찾은 원·달러 환율까지 26.4원 급등했다. 국제 유가마저 폭등했다. 2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6.7% 올랐다.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한때 13% 급등했다.
무엇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다. 한국은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중동에 의존한다. 원유의 95%가 이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단기적인 수급 충격은 크지 않겠지만 7개월분의 비축유로 안심하긴 이르다. 선박 우회로 인해 해상 운임도 폭등할 것이다. 이로 인한 유가 상승은 소비자 물가와 전기료·가스비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수출은 물론 증시, 환율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당장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파급될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지나친 공포심리 조장이나 과도한 낙관은 금물이다. 에너지 비축물량을 꼼꼼히 체크하고 긴급 수송 대책을 통해 우회경로 등을 통한 수입처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기업 모두 비상한 각오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