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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법관들 악마화해선 안 돼… 사법 3법 심사숙고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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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불신에 “신뢰도 美보다 높아
민사재판 제도선 한국이 최상위”
사퇴 요구도 일축… “소임 다할 것”
후임 대법관 인선엔 “靑과 협의 중”

퇴임 노태악 “설마 우려가 현실로
정치의 사법화는 결국 불신 초래”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이번과 같은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과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시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심사숙고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한 노태악 대법관 역시 사법개혁을 겨냥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악마화 안 돼”… 한·미 법원신뢰도 비교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하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것이다. 국회의 입법 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심사숙고를 거듭 당부했다.

 

특히 조 대법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배경으로 내세운 사법 불신과 관련해 “너무 우리 (사법)제도를 근거 없이 폄훼하거나 개별 재판을 두고 법관들을 악마화하거나 이런 방식으로 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국민께서 심사숙고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미 법원에 대한 신뢰도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일부에서 사법개혁을 하는 이유로 국민 신뢰도가 낮다는 점을 들고 있다”며 “앞서 한국갤럽의 신뢰도 조사를 보면 미국의 경우 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35%였는데, 우리나라는 47%”라고 역설했다. 그는 “세계은행이 계속 조사했던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민사재판 제도에서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해 왔다”며 “세계 140개국의 법치주의 질서 관련 조사에도 한국이 19위를 차지했다”고 부연했다.

 

조 대법원장은 여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사퇴 요구를 일축하는 한편, 사법 3법의 국회 통과 관련 대책을 묻는 질문엔 “사법부는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부여한 소임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그는 노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인선을 놓고 청와대와 사법부 간 견해차가 커 제청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물음엔 “청와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청와대와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닌지’, ‘후임자 인선에 청와대와 입장차가 있다는데 사실인지’ 등 질문에는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노태악 대법관 퇴임식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과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노 대법관 퇴임식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노태악 대법관 퇴임식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과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노 대법관 퇴임식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떠나는 노태악도 “마음 무겁다”

 

노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설마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을 마주하며 마음이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중인 2020년 3월 대법관에 임명된 노 대법관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며, 대법관 퇴임 후에도 당분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정치의 사법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 대법관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게 저만의 생각일까”라고 되물으며 “정치의 사법화는 지금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사법의 결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어느 한쪽의 비난과 공격을 피해 나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 대법관은 법관의 정치적 중립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판결 이후 사법부를 향한 압박의 수위가 거세지는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는 “법관에게 용기라는 덕목이 점점 더 크게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존경받을 때까지 노력해달라. 저도 법원 밖에서 한없는 응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노 대법관의 후임자로 김민기(55·사법연수원 26기) 수원고법 고법판사, 박순영(59·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60·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57·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4명을 추천했는데, 아직 조 대법원장이 이 중 한 사람을 제청하지 않으면서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