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트럼프의 연막작전… “핵협상 지켜볼 것” 3시간 뒤 공격 명령 [美, 이란 공습]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美 ‘장대한 분노’ 작전 재구성

에어포스원서 공습작전 승인 후
SNS 글 게시 등 평소대로 일정
美, 다음날 오전 전투 개시 맞춰
이란 통신 등 교란… 방공망 뚫어
이스라엘, 교통망 해킹 회의 확인

핵협상 ‘기만책’ 물밑선 작전 준비
한 달 전부터 미군 전력 중동 결집

‘장대한 분노(Epic Fury)’로 명명된 미국의 대이란 공습은 핵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비밀리에 정보 수집, 군사 재배치 등 치밀하게 군사작전을 준비한 미국의 ‘기만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오후 3시38분(이하 미 동부시간 기준) 텍사스주 방문을 위해 탑승 중이던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이란 공습을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대한 분노 작전 승인. 중단 없음. 행운을 빈다”며 작전의 개시를 알렸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해군 함선에서 ‘장대한 분노’(Epic Fury)로 명명된 미군의 이란 공습 작전을 위해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해군 함선에서 ‘장대한 분노’(Epic Fury)로 명명된 미군의 이란 공습 작전을 위해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에어포스원에는 공화당 텍사스주 상원의원인 존 코닌, 테드 크루즈와 일부 텍사스주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이 동승 중이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이란 공습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통신에 “참석자들은 전반적으로 이란의 협상이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저한 연막작전을 폈다. 작전 승인은 그가 ‘이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한 지 불과 3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을 지시하기 전인 낮 12시30분쯤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란과의 핵 협상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겠다”며 추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했다.

 

공습 지시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와 다름없는 행보를 이어가며 작전 개시 사실은 비밀로 했다. 그는 지시를 내린 지 9분 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 연방기관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제품 사용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이후에도 수차례 SNS 게시물을 올렸다.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에는 기자들이 이란 공격 결정 시점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에 대해 묻자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알 수 있다면) 여러분이 역대 최고의 특종을 잡았을 텐데”라고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28일 오전 1시15분 미군의 이란 정밀 타격이 시작됐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미군이 치밀하게 군사작전을 준비해 즉각적인 작전 투입이 가능했다. 케인 합참의장의 발표에 따르면 미군은 이번 군사작전을 앞두고 지난 30일간 중동 지역 전역에 걸쳐 자산과 인력을 재배치했다. 군인 수천명과 첨단 4·5세대 전투기 수백대, 공중급유기 수십대, 에이브러햄 링컨·제럴드 R 포드 등 2개 항공모함 전단 등이 일대에 배치됐다.

 

미 사이버사령부와 우주사령부 주도로 전투 개시 시점에 맞춰 이란의 감시·통신·대응 능력을 교란하고 마비시켰다. 작전 개시와 함께 100대가 넘는 항공기가 육상과 해상에서 출격했다. 해상에서의 첫 공격은 미 해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개인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군의 이란 공습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팜비치=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개인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군의 이란 공습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팜비치=AFP연합뉴스

작전 성공을 위한 최적의 결행일이 이미 예정돼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정보기관이 이란 시간으로 토요일 오전에 정치·군사 분야 수뇌부가 모인다는 사실을 포착했고, 이 시간에 맞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집무실 등 이란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치밀한 작전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작전 관계자를 인용해 “미 중앙정보국(CIA)은 수개월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이란 고위 지도부의 동선을 쫓았다”며 “CIA는 수집된 정보를 이스라엘과 공유했고, 그 결과 2월28일로 공습 시점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수년 전부터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교통 카메라를 해킹해 이란 고위 관리들이 하메네이 집무실로 이동, 예정대로 회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잇따라 폭발음이 들렸다. 즉각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란을 상대로 ‘예방 미사일 공격’을 했으며, 보복 공격에 대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오전 4시30분 트루스소셜에 영상을 올리고 “조금 전 이란 내 중대 전투를 시작했다”며 미국의 이란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왼쪽)과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장대한 분노’ 작전 설명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알링턴=AFP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왼쪽)과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장대한 분노’ 작전 설명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알링턴=AFP연합뉴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아미르 나시르자데 국방부 장관 등 이란 고위 인사들은 공습 직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주요 지역 세 곳에 세 차례 타격을 가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이란 고위 인사 40여명이 (공습 개시) 1분 만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4시37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인 1일 오전 이란 정부와 국영방송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면서, 미군은 ‘장대한 분노’ 작전 개시 약 15시간 만에 가장 중요한 목표물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