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던 코스피가 미국·이란 전쟁 여파에 속절없이 추락하며 ‘검은 화요일’을 보냈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에 코스피는 한 달 만에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일일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가 ‘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공포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452.22포인트(7.24%) 내린 5791.91에 장을 마쳤다. 하루 낙폭 기준 역대 최대치다. 시가총액도 4769조4000억원으로 376조9396억원 줄며 사상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전장보다 78.98포인트(1.26%) 내린 6165.15로 출발한 코스피는 외국인의 순매도를 개인의 순매수로 맞서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외국인·기관의 순매도세가 점점 강해지면서 방어선이 차례대로 붕괴했다. 지난달 25일 사상 처음 밟은 ‘육천피’(코스피 6000) 고지를 3거래일 만에 내준 뒤 5800선 밑까지 추락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조1731억원, 8895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이 5조8006억원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피를 이끄는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가 전장보다 9.88% 내린 19만5100원, SK하이닉스가 11.50% 내린 93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지수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거래소는 낮 12시5분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인한 패닉이 시장을 덮쳤던 지난달 6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5%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하는 경우 발동된다.
이날 코스닥도 전장보다 55.08포인트(4.62%) 하락한 1137.70에 장을 마쳤다.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종가 기준 전장보다 16.37% 증가한 62.98까지 치솟았다. 4.99% 오른 56.82로 시작한 지수는 점차 상승 폭을 늘려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0년 3월19일(69.24)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사태를 단기적 악재로 짚으며 코스피 성장 추세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테러나 분쟁이 아닌 전면전이기 때문에 금융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반도체 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며 한국 기업들의 실적 상향 사이클의 방향성을 훼손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