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점심시간, 서울 판교의 한 IT 기업 구내식당. 입사 5년 차 대리 김모(35) 씨는 식후 6000원짜리 프랜차이즈 커피 대신 탕비실 ‘믹스커피’를 챙기며 스마트폰 가계부 앱에 ‘점심값 0원’을 찍는다.
몇 층 위 회의실. 40대 팀장은 모니터에 외제차 견적서를 띄워놓고 2025년 성과급 예상치를 두드린다. 같은 회사, 같은 월급날이지만 두 사람의 통장에 찍히는 숫자의 무게는 확연히 다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는 이 현실을 숫자로 보여준다.
2024년 12월 기준 30대의 월평균 소득은 397만원이다. 반면 40대는 469만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50대 역시 445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임금 정점이 40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모습이다.
◆장기근속이 만든 윗목과 아랫목
세대 간 72만원의 월평균 격차는 단순한 연차 누적 이상의 의미를 시사한다. 한국 노동시장의 성장기에 입직한 40·50대는 장기근속과 직무 숙련도, 관리직 비중 확대의 영향을 받았다. 성과급과 특별 상여금 구조 역시 관리자 직급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고성장기에 입사한 세대가 연공급 체계의 혜택을 누려온 반면, 저성장 국면에서 사회에 진입한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낮은 초임 구간에서 출발하고 있다. 신규 채용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기존 인력의 근속이 길어지면서 상단 평균이 두꺼워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실제 2024년 12월 기준 대기업 월평균 소득은 613만원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600만원을 넘어섰다. 중소기업(307만원)과의 격차는 306만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이 평균에는 장기근속 고연차 인력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025년 4월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2023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14.03년이다. 장기 재직자가 평균값을 끌어올리는 흐름이 확인된다.
◆숫자 밖 청년들의 ‘현실 체감’ 온도
문제는 출발선에 선 20·30대가 체감하는 격차다. 대기업 평균 613만원이라는 숫자는 상당수 청년에게 도달하기 쉽지 않은 구간이다. 특히 청년층은 세대 격차에 더해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라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박모(32) 씨는 “주변을 봐도 600만원대 월급은 일부 대기업 직원의 영역”이라며 “물가는 오르는데 실수령 300만원 남짓을 보면 억대 연봉 뉴스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당장의 월급 차이보다 향후 10년 뒤에도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취재진에게 전했다.
◆결국은 시간표가 결정하는 ‘삶의 질’
월 72만원의 세대 간 평균 임금 격차는 장기적인 자산 형성 속도에도 영향을 준다. 단순 계산하면 1년이면 864만원, 10년이면 8640만원의 차이가 난다. 이 격차는 주거 마련 자금, 결혼 자금, 노후 대비 여력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퇴근길 붐비는 지하철 2호선 안. 30대 직장인은 스마트폰으로 잔고를 확인하며 언제쯤 임금 정점 구간에 도달할 수 있을지 가늠한다. 같은 시각, 40대 직장인은 이 정점이 얼마나 지속될지 계산기를 두드린다. 국가데이터처 통계표 속 숫자는 동일하지만, 각 세대가 체감하는 시간의 압력은 다르게 흐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