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비만의 날’(3월 4일)을 맞아 소아청소년 비만의 원인이라고 지목됐던 지방간이 오히려 비만과 대사질환을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산음료를 비롯한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등 소아청소년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4일 류인혁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 못지않게 간수치 이상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고, 체감상 거의 매일 진단한다”며 “지방간은 이제 소아에서 가장 흔한 간질환이 되었다”고 말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소량으로 마실 뿐인데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간에 지방이 끼어있는 질환으로, 비만이나 당뇨병 등을 가진 이들에게 나타난다.
2023년 세계 간학회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으로 명칭을 공식 변경했다. 이는 해당 질환을 단순히 살쪄서 생긴 간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대사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관점으로 바뀐 셈이다.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질환은 간에 지방이 쌓인 단순 지방간부터 지방간염, 그리고 섬유화와 간경변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간에 지방이 쌓여 있으면서 비만, 혈당 이상,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HDL 콜레스테롤 중 최소 1가지 이상의 대사 위험인자가 동반된 경우에 진단된다.
류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소아청소년의 약 7∼14%가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질환을 가지고 있다”며 “비만 아동으로 범위를 좁히면 30~50%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비만 아동의 약 40% 이상에서 지방간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외래에서도 10세 이상 비만 환자들에서는 상당히 흔하게 발견되며, 8∼9세 미만에서도 종종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질환은 초기 단계에서 체중을 줄이고 식습관을 바꾸면 간은 다시 정상이 된다. 하지만 염증이 계속되면 간세포가 죽고 딱딱한 흉터 조직(섬유화)이 생기며, 이 단계부터는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다.
소아청소년은 탄산음료와 가당 음료를 끊고, 초가공식품을 줄여야 한다. 특히 액상과당이 든 음료는 간에서 직접 지방으로 전환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운동은 처음부터 많이 할 필요 없다. 신체활동 역시 중요하다. 하루 20분 걷기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 권장된다.
체중의 3∼5%만 줄여도 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온다. 80kg 아이라면 2.4-4kg만 빼도 효과가 나타난다. 7∼10% 감량하면 염증이 줄고, 10% 이상 감량하면 섬유화 호전까지 기대할 수 있다.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질환은 적은 체중 감량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습관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간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지방간으로 단정하면 안 된다. 류 교수는 “B형 간염, 윌슨병, 자가면역 간염 같은 중요한 간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질환들은 치료 방법이 완전히 다르고, 빨리 발견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