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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법인 해산 판결로 시험대 오른 일본의 법치주의 [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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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도쿄고등재판소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대한 해산 명령 청구 항고심에서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로 해당 교단은 자산 청산 등 사실상 법적 소멸 절차라는 유례없는 국면에 직면했다. 일본 사법 역사뿐 아니라 세계 종교사에서도 극히 이례적인 판결이다. 이 판결이 민주주의 근간인 법치주의의 엄격한 잣대를 충족했는지를 놓고 국내외 법조계와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판결이 지닌 가장 치명적인 법적 결함은 형사상 범죄가 아닌 ‘민법상 불법행위’만을 근거로 종교단체의 법적 생명을 끊으려 한다는 점이다. 국가 권력이 특정 종교단체의 법인격을 박탈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 그래서 반드시 명백한 형사적 범죄 사실이 증명된 경우에 한해 ‘최후의 수단’으로 쓰여야만 한다. 이번 결정은 확정된 형사 판결 없이 민사적 분쟁과 사회적 여론의 흐름을 주된 근거로 삼았다. 법적 엄밀함보다 들끓는 대중의 분노에 편승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 사태의 시발점이 된 아베 전 총리 암살 사건을 냉철하게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한 개인의 뒤틀린 원한과 일탈이 빚어낸 비극적 범죄다. 범행 동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었다. 이를 특정 종교 전체의 구조적 결함이나 공익 저해로 무리하게 연결 짓는 건 근대 사법의 대원칙인 ‘자기 책임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한 사람의 극단적인 행위가 수만 명의 신념이 담긴 공동체의 존립 근거를 통째로 뒤흔드는 작금의 상황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범죄 책임을 집단에게 묻는 ‘연좌제’의 부활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살 만하다.

 

이탈리아의 국제 종교 인권 단체인 ‘비터 윈터(Bitter Winter)’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가져올 ‘도미노 현상’을 경고한다. ‘공익 저해’나 ‘반사회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이 사법부의 잣대가 될 경우, 정권 입맛에 맞지 않거나 주류 여론과 궤를 달리하는 소수 단체들은 언제든 국가 권력에 의해 단죄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법치주의의 진정한 가치는 다수의 목소리로부터 소수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다. 지금의 일본 사법부는 보호자가 아닌 심판관을 자처하며 대중의 분노라는 파도에 몸을 실은 형국이다. 법의 이름을 빌린 ‘사회적 처형’에 가깝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위협인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 어떻게 공론장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세력이 SNS상에서 알고리즘과 가짜 뉴스를 활용해 해당 교단 이슈를 여론 공작의 재료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심도 있게 보도한 바 있다. 자극적인 정보의 파편들이 대중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켰고, 교단은 충분한 소명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혔다. 이러한 정보 왜곡이 사법적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법치 국가로서 심각한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무엇보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은 평생을 신앙에 헌신해 온 신자들의 무너진 마음이다. 자신의 신념이 국가에 의해 부정당하고, 삶의 터전이자 영적인 안식처였던 공동체가 해체 위기에 직면했을 때 느낄 상심과 소외감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사회는 이들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지만, 특정 개인의 범죄로 인해 다수의 무고한 신자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현실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일본 사회는 이러한 상처가 공동체의 통합을 저해하는 장기적 사회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사안이 최고재판소라는 마지막 관문으로 넘어갔다. 사법부는 이번 사건이 인류가 쌓아온 보편적 가치인 ‘종교의 자유’와 ‘사법적 독립성’을 수호하는 시험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중의 환호성 뒤에 가려진 법치주의의 균열을 바로잡는 것이 사법부 최후의 보루다. 교단 역시 오늘의 시련을 뼈를 깎는 성찰의 계기로 삼아 외부의 부당한 공격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글로벌 시민 종교’로서의 진정성을 스스로 증명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되, 고난을 신앙적 인내로 견디며 사회와 호흡하는 길만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