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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선거제 개혁 통해 양당 독과점 구조 깰 필요 있어” [심층기획-자치 없는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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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통치'에서 '자치'로

與 시도당 공천 현역 배제 미봉책
독과점 깨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
日·獨처럼 지역정당 기반 만들면
중앙정치 종속화 크게 완화될 것
지난해 말 녹취 공개로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촉발된 지 두 달여 만인 3일 당사자인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구속됐다. 공천헌금·배우자 구의회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받는 무소속(전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수사가 한창이다. 이들 사건은 우리나라 지방의회의 ‘자치 없는 지방자치’의 민낯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여당은 이를 ‘휴먼 에러’라고 규정하고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위원장의 공천 기구 참여 제한 등 ‘미봉책’만 내놨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제2의 강선우-김경 사태, 김병기 사태를 막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할 때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양당은 별로 바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오랜 기간 중앙정치에 종속된 지방정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최근 기자를 만나 강선우-김경 사건 이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작업 중인 양당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가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양당 독과점 구조 완화를 위한 선거제 개혁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가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양당 독과점 구조 완화를 위한 선거제 개혁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공천헌금 수수 사건 진원지인 더불어민주당 같은 경우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 현역 국회의원 참여를 최대한 배제하는 등 조치를 내놓았다. 김경 전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헌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무소속(전 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당 공관위 회의에서 김 전 시의원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당 차원 조사에서 확인된 데 따른 대책이다.

하 대표는 이에 대해 “미봉책”이라면서 “한국 정치에서 공식 기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민주당의 조치는 사태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휴먼 에러’ 규정에 대해서도 “명백한 시스템 에러다. 현재는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게 시스템의 전부”라며 “사실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만 그랬겠나. 그냥 드러났으니깐 처벌받는 것일 뿐이다. 현금으로 주고받으면 누가 알겠나”라고 했다.

하 대표는 이런 거대 정당의 복지부동을 부수기 위해선 결국 양당이 독과점하고 있는 정치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그래도 언론이나 여론의 관심을 많이 받지만 지방의회는 관심이 덜하다. 그러다 보니 ‘독과점 대기업’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방정치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며 “비례대표제 확대든, 중대선거구제든 그간 많이 논의된 선거제 개혁을 통해 양당 독과점 구조를 깰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제뿐 아니라 정당 제도를 개선해 양당 구조를 흔드는 안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특정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며 지역 주민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대변하는 ‘지역정당’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정당법은 정당 설립 조건으로 ‘수도에 중앙당을 두고 5개 이상 시도당을 둬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사실상 지역정당 출현을 막고 있다. 시민단체가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바 있지만 2023년 헌법재판소는 지역주의 심화 등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다만 당시 재판관 9명 중 정족수(6명)에 1명 모자라는 5명이 위헌 의견을 냈기 때문에 향후 헌재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 대표는 “현재 양당을 벗어나 지역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하려면 지역정당 설립이 불가하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일본도, 독일도 지역정당이 있다. 우리도 지역정당이 활동하게 되면 지역 정책을 두고 현재 양당과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고 지방의회의 중앙정치 종속도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