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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구글 상생방안 마련 나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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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밀 지도 반출 조건부 허가
‘무혈입성’에 특혜 시비 빗발쳐
우린 국내 안주로 경쟁력 저하
구글과 협력 해외진출 기회로

국토교통부와 관계 부처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지난달 27일 구글이 요구한 고정밀 지도(1대 5000 축척)의 국외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한다면서 권고사항도 내놨다. 공간 인공지능(Geo AI)을 비롯한 국내 연관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상생방안을 책임 있는 자세로 강구·시행해 달라는 요청이다. 권고 자체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구글이 눙칠 사안은 아니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확보하자마자 업계가 시끄럽다. 검색과 AI, 모바일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를 장악한 구글이 국내 내비게이션·길 찾기 시장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데 대한 반발이다. 협의체는 작년 11월 국외반출 결정 유보 때까지도 구글에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요구했는데 이마저 접었다. 협의체는 구글의 국내 제휴 기업이 국내 보유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식으로 한발 물러섰다. 데이터센터는 우리 세무당국이 법인세 부과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국내 고정사업장에 해당한다. 구글이 그간 난색을 보인 이유다. 구글코리아는 2024년 국내에서 1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도 법인세는 172억원 내는 데 그쳤다. 네이버의 4.4%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니 특혜 시비가 이는 것이다.

황계식 논설위원
황계식 논설위원

구글의 ‘무혈입성’에 근심이 커진 이해관계자는 전방위적이다. 측량·지도 제작 등을 담당하는 공간정보 산업부터 온라인 지도·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국내 기업과 동일한 규제와 책임(세금)을 지지 않는 구글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역차별’이라고 호소한다. 구글은 온라인 지도 서비스의 주요 수익원인 장소 노출 광고나 외부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호출해 주는 유료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분야의 강자다.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학계에서는 국내 기업의 피해 규모가 앞으로 10년간 최대 19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까지 나왔다.

정밀지도 데이터가 물류, 자율주행 및 도심항공교통(UAM), 확장현실(XR), 스마트 시티, 로봇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구글은 이미 AI(제미나이)와 운영체제(안드로이드), 자율주행(웨이모) 등에서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와 기술 역량을 자랑한다. 국내 시장에 안주해 온 우리의 경쟁 업체는 네이버, 티맵, 카카오 등을 빼면 대부분 영세한 데다 혁신 역량마저 떨어진다. 구글 서비스에 대한 의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상생방안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생존대책’이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 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정부의 국외반출 허가결정을 환영하면서 “정부 및 국내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한국 디지털 생태계의 헌신적이고 책임감 있는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책임감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다짐이 진심이라면 우리 업계와 손잡고 실효성 있는 상생방안을 내놔야 한다.

토종 지도 서비스 앱의 국내 시장 비중은 85%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고정밀 지도의 국외반출을 차단하면서 국내 업체의 방파제 역할을 해온 결과다. 구글이 처음 반출을 요청한 2007년부터 따져도 19년 동안 그랬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이런 방침을 비관세장벽으로 규정하고, 관세 인상 압박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사이에 국내 기업의 서비스 대부분은 한국인 전용으로 개발돼 스스로 좁은 내수시장에 갇히고 말았다. 다양한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다 보니 글로벌 경쟁력도 잃어갔다. 구글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앞두고 국내 업체가 ‘종속’이니 ‘고사(枯死)’니 걱정하는 것도 자업자득이다.

글로벌 플랫폼 구글과의 경쟁 및 협력이 차단되면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등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표준 경쟁에서 한국이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리적 상생방안은 우리 기업이 구글의 플랫폼을 타고 해외로 대거 진출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도 협의체 권고대로 업계 지원방안을 서둘러 강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