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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과열→최대 낙폭 ‘부메랑’… 시총 이틀 새 1068조 증발 [美·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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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중동사태 최대 타격

2026년 세계 1위 상승률… 조정 맞물려
외인·개인 차익실현 매물 쏟아내
중동 의존도 높은 日·대만 3~4%↓
환율, 환란 이후 17년來 1500원선
유가 상승 따른 물가 관리도 비상

반대매매 우려 신용거래 일시 중단
증권가 “무분별한 투매는 자제해야”

국내 금융시장이 연이틀 사상 최악의 폭락장을 보인 것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내 경제 구조의 취약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탓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유독 낙폭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저가 수준까지 내려온 만큼 무분별한 투매를 경고하면서도 당장 쏟아질 반대매매 물량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각종 기록이 새로 쓰였다. 이날 코스피 하락률(-12.06%)은 2000년 들어 최대치로, 미국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12일(-12.02%) 때보다 컸다. 지수 하락폭(698.37포인트)으로도 역대 최대치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코스피와 코스닥 두 시장에서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역대 4번째이자 2024년 8월5일 이후 처음이다.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6일(5089.14) 이후 가장 낮아 이틀 만에 약 한 달간의 오름폭을 모두 반납하게 됐다. 시가총액으로는 코스피(951조4263억원)·코스닥(117조1849억원) 양 시장에서 총 1068조원이 증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단기 과열’→‘최대 낙폭’으로

 

국내 증시가 유독 직격탄을 맞은 핵심 배경으로는 높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꼽힌다. 에너지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 폐쇄가 현실화하면서 공포심리가 투매를 불렀다는 것이다.

 

여기에 단기 과열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도 폭락을 부추겼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미국의 이란 공습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27일까지 48.17% 오르며 주요국 증시 중 수익률 1위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28.88% 올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비중이 5%라고 가정할 때, 한국 증시만 폭등하면 그 비중은 자연스레 늘어난다”며 “비중을 맞추기 위해 많이 오른 한국 주식을 팔고 못 오른 다른 국가 주식을 사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연구원은 여기에 최근 불거진 미국 사모신용 대출 리스크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감도 투매 심리를 자극했다고 봤다. 마찬가지로 중동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일본과 대만 증시가 이날 3∼4%대 하락했는데, 이들 국가보다 상승이 가팔랐던 한국은 낙폭 역시 더 크게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추가적인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급락으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 초반까지 떨어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역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코스피가 5000 이하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이익 개선 전망이 완전히 훼손돼야 하는데 아직 그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폭락장 이후 쏟아질 대규모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반대매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한국투자증권은 이날부터, NH투자증권은 5일부터 신용거래융자 신규 매수를 일시 중단한다.

 

◆환율은 17년 만에 1500원 돌파

 

환율도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17년 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1500원을 넘기면서 추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0시를 넘어서자 외환중개사별로 서울외국환중개에서는 1505.8원, 한국자금중개에서는 1506.5원까지 치솟았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은 유가 상승에 취약한 국가로 평가돼 이란 전쟁 발발 후 원화 약세가 심화됐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환율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한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환율 관련)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최선이고 국내에서의 정책 대응에 한계가 있기에 환율 상방을 열어둬야 할 것 같다”며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매도하거나 유가가 상승할 경우 다시 속절없이 원화가 밀릴 수 있어 단기 상단은 1500∼1505원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화 약세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물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배럴당 64달러의 국제 유가를 전제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로 발표했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길 경우 물가상승과 경제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