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화분매개곤충 산업의 고질적인 병해충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올해부터 AI기술이 접목돼 ‘꿀벌응애’ 같은 병해충 방제 시간을 4배 단축할 수 있는 ‘비젼(Beesion)’이 현장에 보급돼 농가는 연간 900만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AI로 병해충 위협이 줄어들자 농촌진흥청은 벌을 시작으로 농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화분매개곤충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분매개곤충은 꿀벌 같이 꽃가루를 수술에서 암술머리로 운반해 열매를 맺게 도와주는 곤충이다. 화분매개곤충을 활용한 수분기술이 도입된 농가는 사람이 직접 수분을 하는 인공수분과 비교해 수정률이 19%포인트, 상품가치가 높은 열매를 맺는 상품과율이 29%포인트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꿀벌 폐사 원인 ‘응애’ AI로 잡는다
농진청에 따르면, 올해 꿀벌응애 자동검출장치인 비젼이 처음 현장 3곳에 보급된다. 비젼은 꿀벌응애를 AI로 정밀 진단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에는 벌집 하나를 육안으로 검사하는 데 약 2분이 소요됐으나, AI 영상 분석을 통해 30초로 단축해 검사 시간을 4배 줄일 수 있다. 비젼은 꿀벌과 응애 등 총 16종의 객체를 실시간으로 판별할 수 있고, 검출 정확도는 97.8%에 달한다.
꿀벌응애는 꿀벌의 집단폐사 원인으로 꾸준히 지목돼 왔으나 벌집 내부에서 서식해 관찰·방제가 힘들었다. 적기에 방제를 실패하거나 약제를 오남용하게 되면서 오히려 저항성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커졌다. 여름철 고온 환경에서 관찰이나 방제를 하는 데 30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비젼은 이러한 노동집약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을 크게 개선하면서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50봉군 규모의 농가가 비전을 도입할 경우 약 867만원의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농진청은 추산했다. 이에 올해 비전의 현장 실증과 보급처를 전국 3곳으로 확대하고,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사양 관리 체계를 갖춰나간다는 방침이다.
비젼과 별도로 꿀벌 사육환경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기술도 개발한다. 양봉전용 학습과 추론이 가능한 모듈을 올해 안에 만들고, 차광·방풍·환기시스템이 스스로 작동해 내부 환경을 유지해주는 환경제어 시스템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또 AI를 이용해 정밀진단하고 농가 피해를 줄이는 기술개발 기반을 확보할 방침이다. 디지털 유전자증폭(PCR) 기술을 통한 신속진단 기술과 AI기반 꿀벌 이상행동 탐지 알고리즘을 만들고, 수벌집을 이용한 응애의 생태·물리적 방제방법 연구를 병행하기로 했다.
◆품질·생산성 높이는 화분매개곤충 개발
농진청은 AI기술 적용으로 병해충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농업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화분매개곤충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화분매개자는 꽃가루를 꽃의 수술에서 암술머리로 운반해 열매를 맺는 수분 역할을 담당하는 동물로, 대부분 꿀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이다. 화분매개산업은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성과 식량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화분매개자가 전세계에서 매년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를 최대 5770억달러(842조7000억원)로 추산했다. 상업용 화분매개곤충 시장은 8억달러(1조2000억원) 규모다.
국내 화분매개곤충 활용 작목의 화분매개 이용 비중은 2011년 25.1%에서 2024년 39.4%로 늘었고, 시장 규모도 3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6배 이상 확대됐다. 경제적 편익은 연간 약 18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농진청은 대표적인 화분매개곤충인 뒤영벌 연구에 착수해 국산화율 92%를 달성했고, 20개 계통의 우수 유전자원을 보전하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뒤영벌은 비닐온실처럼 공간이 제한된 시설에서도 잘 활동하며, 기온이 낮고 빛이 적은 환경에서도 꽃을 찾아 움직일 수 있어 시설재배에 적합하다. 뒤영벌은 현재 16개 시설재배 작물에 공급돼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충남 부여의 방울토마토 비닐온실에 뒤영벌을 투입한 결과, 인공수분 대비 생산량이 8% 증가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시설재배와 수직농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화분매개 기술 고도화도 속도를 낸다. 딸기 수직농장의 경우 기존에는 노동력의 30∼40%를 인공수분에 의존해 왔으나, 벌 수분기술을 도입한 결과 인공수분 대비 수정률은 59.6%에서 78.7%로 19.1%포인트, 상품과율은 49.8%에서 78.4%로 28.6%포인트 향상됐다. 이를 컨테이너형 수직농장 1기당 가치로 환산하면 768만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진청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카자흐스탄을 기점으로 국산 뒤영벌의 해외 수출 기반을 구축하고, 화분매개용 꿀벌 생산 매뉴얼을 확대해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한상미 농진청 양봉과장은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사양 기술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연구와 보급을 지속해 화분매개 시스템을 국가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