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 농약의 과도한 사용 등으로 전세계 식량작물의 75%가 의존하는 화분매개자가 급감하자 주요국을 중심으로 화분매개자 생태계 유지를 위한 정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 식량 농업 생물다양성 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이 식량으로 사용 가능한 전세계 작물의 75%는 화분매개자의 수분에 의존한다. 식량을 포함한 전체 식물의 87.5%의 수분도 화분매개자에 의해 이뤄진다.
농가에서 화분매개자가 수분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농업 생산량이 24% 증가한다. 지금까지 꿀벌이나 나비 등 화분매개자의 개체수는 자연적으로 유지돼 별도 관리 없이도 과일과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가 가능했다. 이에 화분매개 의존도가 높은 작물의 생산량은 지난 50년간 300% 급증했다. 보고서는 화분매개자가 창출하는 연간 경제적 가치를 전세계적으로 최소 2350억달러(343조2000억원)에서 최대 5770억달러(842조7000억원)로 추산했다.
하지만 최근 화분매개자의 개체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꿀벌과 나비는 유럽 일부 지역에서 40% 이상의 종이 멸종 위기에 몰렸다. 영국 정부 산하의 자연보전위원회인 ‘합동자연보전위원회’가 지난 40년간 영국의 화분매개곤충 분포를 파악한 결과 23%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주 빙엄턴대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국 나비 개체수는 22% 줄었다. 개체수 감소 원인으로는 농약의 과도한 사용, 대규모 단일 재배,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등이 꼽히지만, 각국도 정확한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꿀벌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화분매개자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해 보조금, 서식지 복원, 데이터의 디지털화 등 관련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화분매개자의 생태계 유지는 식량 생산량과 직결되고, 이는 국가 식량안보로 이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진행된 ‘화분매개체 보호 행동 계획’을 바탕으로 700만에이커(85억7000만평) 규모의 서식지 복원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꿀벌의 질병과 모니터링, 서식지 연구뿐 아니라 화분매개자 활동 추적을 위한 인공지능(AI) 작물관리 등에 대한 예산을 배정하는 중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벌에 유해한 살충제의 살포 시간대와 기온 조건을 라벨에 명시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회원국들에게 2030년까지 화분매개자 감소세를 반전시킬 법적 의무가 포함된 ‘자연복원법’이 2024년 8월 발효됐다. ‘2030 생물다양성 전략’에 따라 공공예산과 민간투자를 포함해 연간 200억유로(34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을 계획이다. 또 화학 농약 50%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세계 최대 벌 부산물 수출국인 중국은 보조금을 통한 양봉산업 지원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스마트 양봉 장비와 디지털 병해충 방제 시스템 도입 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꿀벌을 화분매개자로 보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보다 소규모 농가의 소득 향상 측면에서 양봉산업에 접근하고 있다. 영국도 중국처럼 보조금 성격의 정책을 진행 중이나, 산업보다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지속가능 농업장려금’ 제도를 활용해 꿀벌 등 화분매개자 서식지 조성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헥타르(3025평)당 최대 700파운드(140만원)를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