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통상 2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시장에 반영되는데 일부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주유소들의 비정상적 가격 인상 행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835.8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ℓ당 42.7원 상승한 1765.7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792.2원으로 전날보다 84.8원이나 상승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06.7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국내 기름값은 올해 초 환율 상승과 국제 제품 가격 상승 등으로 이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상승세를 더욱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하지만 호르무즈해협 봉쇄 소식을 접한 일부 업체들이 사재기를 하거나 선재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일부 주유소는 고급휘발유 판매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유가가 오름세일 때 기존에 낮은 가격에 매입한 재고를 바로 팔지 않고 하루이틀 뒤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하면, 리터당 수십 원의 추가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과 긴장 상황에 따른 유가 상승 우려로 대리점의 선제적인 물량 확보와 미리 주유하려는 소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제 유가 반영 시차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름값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세를 빌미로 담합에 나선 지역 주유소들을 점검하기로 했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부·재정경제부 등은 국내 정유 업체들의 급격한 석유 가격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시장 단속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및 주요 산유국 감산 조치가 있었던 2023년 10월 범부처 석유 시장 점검단을 가동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