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결국 100조 원의 벽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 강남과 강동 등 이른바 ‘상급지’를 중심으로 대출이 집중되면서 가계부채 관리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대출 회수를 검토하며 매물 유도를 꾀하고 있지만 자칫 전월세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 전체 대출 절반이 ‘수도권’... 서울은 1년 새 21% 폭증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다주택자 대출 잔액은 102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다주택자란 대출 신규 취급 당시 세대 기준으로 2주택 이상을 보유했거나 1주택 상태에서 추가 주택 구입을 위해 담보대출을 받은 개인 차주를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쏠림 현상’이다. 서울(20조 원)과 경기(31조 9000억 원)의 대출 잔액을 합치면 총 51조 9000억 원에 달한다. 대한민국 다주택자 부채의 절반 이상(50.4%)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셈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24년 말 16조 5000억 원이었던 잔액이 불과 1년여 만에 21%나 급증하며 20조 원을 기록했다.
서울 내 구별 현황을 살펴보면 강동구가 1조 9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1조 7000억 원), 서초·성동구(각 1조 3000억 원), 양천구(1조 2000억 원), 송파·동대문구(각 1조 1000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높은 수도권과 서울 인기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다주택자 대출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90%가 ‘아파트’ 담보... 정부 “대출 회수해 매물 유도”
대출의 구성을 뜯어보면 아파트 편중이 심각하다. 전체 대출의 89.3%(91조 9000억 원)가 아파트 담보대출이며, 빌라나 단독주택 등 비아파트 담보대출은 11조 원(10.7%) 수준에 불과했다. 상환 방식은 원리금을 나누어 갚는 분할상환이 95조 7000억 원으로 전체의 93.0%를 차지해 구조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시각은 엄중하다. 금융당국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일시상환 구조의 주택담보대출과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에 대해 ‘회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출을 조여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을 시장에 내놓게 함으로써 주택 가격 안정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 시장 안정 vs 전세난 가중... 엇갈리는 전망
이 같은 규제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출 통계에 전세대출이나 이주비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규제 사정권에 들어오는 순수 구입 목적의 대출 규모는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 분석한다. 규제의 ‘칼날’은 날카롭지만 실제 타격 범위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강 의원은 “다주택자 대출의 상당수가 원리금 분할상환 구조인 점 등을 고려해 규제 효용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자칫 임대료 인상 등으로 무주택자의 전월세 시장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