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이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 한국의 종교 자유 실태를 점검했다는 소식은 역설적인 현실을 드러냈다. 한교총은 이 자리에서 자신들은 보호받으려 하면서도 이단 종교는 종교탄압의 범주에 들어가지도 않는다는 뉘앙스로 말을 전한 것같다.
주류 교계는 자신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나 제도적 규제를 ‘종교 탄압’이라 주장하면서도, 정작 소수 종교에 대해서는 ‘이단’이라는 낙인을 찍어 배제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종교의 자유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한국 개신교의 이단 논쟁은 신학적 성찰보다 교권 경쟁과 밀접하게 연결돼 왔다. 특정 종교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행위는 진리 수호가 아니라 집단 이익을 위한 마녀사냥에 가깝다. 이는 객관적 사실보다 집단의 감정을 앞세우는 ‘탈진실(Post-Truth)’ 현상의 전형이다. 신종교와 소수 종교를 악마화하고 가짜 정보를 확산시키는 행태는 사회 통합을 해치는 심각한 장애물이다.
이러한 이중성의 뿌리에는 ‘경전 농단’이 자리잡고 있다. 농단이란 권리와 이익을 독점하는 행태를 뜻한다. 경전은 인류가 축적해 온 보편적 지혜의 산물이지 특정 집단의 사유물이 아니다. 그러나 일부 주류 교계는 경전 해석의 권한을 독점하고 이를 권력 유지와 타자 배제의 도구로 삼아 왔다.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는 종교의 자유이고, 타자의 신념은 단죄의 대상이라는 이중잣대는 종교의 본질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미 다문화·다종교 사회에 들어섰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선택이 아니라 민주 시민의 기본 덕목이다. 특히 공무원 조직, 학교, 군대 등 공적 영역에서 종교적 중립성과 소수자에 존중은 헌법 가치의 핵심이다. 특정 종교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개인의 신앙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사회 통합의 토대를 약화시킨다.
진정으로 자신의 경전에 충실한 종교인이라면, 이웃 종교의 경전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기독교인이 반야심경을 이해하고, 불교인이 성서를 읽는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표현 방식은 달라도 인간 존재와 삶의 문제를 성찰하려는 지혜는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주류 교계는 ‘이단 단죄’와 ‘소수 종교 악마화’라는 비민주적 행태를 멈춰야 한다. 타자를 공격하는 에너지를 자기 성찰과 사회적 화합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배타성은 결국 공동체에 불신과 고통의 씨앗만을 남길 뿐이다.
경전 농단의 시대를 넘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종교 평화와 사회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현영 전 한국종교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