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환경 불확실성 증가와 부진한 내수 속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1991년 이래 최저치인 4.5∼5%를 제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보다 현실적인 이번 목표치를 두고 중국 당국이 구조적 어려움을 인정해 대규모 경기부양책 시행에 대한 압박을 덜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5일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회의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2026년 경제 성장률 목표를 4.5∼5%로 발표했다. 이는 톈안먼 시위 여파로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던 1991년(4.5%) 이후 최저치이다.
외신들의 전망치를 벗어나지 않은 이번 목표에 대해 중국 정부의 성장모델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방식에 의한 성장은 이제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가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3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 목표를 설정했다"며 "이는 지난 40년 동안 중국의 급속 성장을 주도한 모델이 제약받고 있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적인 목표 설정은 시장에서 기대했던 강력한 경기부양책 시행의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NG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린송은 블룸버그에 "이 목표치는 중국이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무모하게 재정을 지출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며 "이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보다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소비 보조금 정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의 정책 지원 재원을 올해 2천500억위안(약 53조2천억원)으로 배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해 3천억위안(약 63조8천억원)에서 규모를 줄인 것이다.
AP통신도 낮은 성장률 목표는 중국 정부가 올해 정책 운용의 여지를 더 크게 만들어준다고 짚었다.
외신들은 성장률 목표 하향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면서도 견조한 수출로 '5% 안팎'이라는 성장률 목표를 달성해낸 중국은 올해 4년 만에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2025년 1조2천억달러(약 1천759조원)라는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했으나 장기간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용 부진 등으로 소비 수요는 회복하지 못해 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됐다.
'내수 확대'를 올해 중점 과제로 삼은 중국이 성장률 목표를 낮춤으로써 수출 의존 구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올해의 성장률 목표는 중국 정부가 '질적 성장'으로 기조를 전환하는 것임을 보여준다는 관측도 잇따라 제기됐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매우 현실적인 이번 성장 목표는 숫자를 우선하는 사고방식에서 질적 성장을 우선하는 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중앙 정부가 내세우는 높은 성장률 목표는 지방 정부에서 초대형 프로젝트와 통계 조작을 통해 실적을 부풀리는 것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리엔트 퓨처스의 위안타오 애널리스트도 "기대한 것보다 낮은 성장 목표는 정부가 속도보다는 질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더 느린 성장을 용인한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나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3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제시된 성장 목표마저 악화한 대외환경 속에서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계 금융서비스기업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자문 모하메드 엘-이리안은 로이터에 "4.5∼5%는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중국 정부가 국내 경제 개혁을 공격적으로 확대하지 않는다면 도전적인 목표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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