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며 차세대 메모리 패권 분쟁에서 치고 나간 가운데, SK하이닉스도 반격의 채비를 마쳤다. 이번 달 양산 출하 예정인 HBM4 메모리 실물을 2~5일 MWC 현장에서 공개했다. 그룹사 수장인 최태원 회장도 젠슨 황 CEO과 밀월 관계를 과시, 자사 반도체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다음 주 미국에서 열리는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미국에서 '치맥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약 한 달 만의 재회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을 비롯한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GTC 현장을 직접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TC는 엔비디아가 매년 개최하는 기술 콘퍼런스다. AI 반도체와 컴퓨팅을 중심으로 로봇, 자율주행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최신 기술과 생태계를 소개하는 자리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젠슨 황 CEO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HBM4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자리한다. 5세대 메모리인 HBM3E까지, HBM시장 최강자는 SK하이닉스였다. 그러나 올해 2월 삼성전자가 HBM4 최초 정식 납품에 성공하며 판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HBM 성능을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당초 엔비디아가 메모리 제작사에 요구한 데이터처리 속도를 뛰어넘는 성능을 구현했다. 경쟁사보다 앞선 6세대 1c D램 공정을 적용한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의 ‘선공’에 SK하이닉스도 반격을 실시했다. 지난달 최태원 회장이 젠슨황 CEO와 치맥회동을 가진데 이어, 이번달 열린 MWC에선 곧 납품할 HBM4 실물을 공개했다. 전시장에 마련된 SK하이닉스 HBM 존에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용 서버 플랫폼에 탑재되는 ‘HBM4(6세대)’를 공개, 눈길을 끌었다. 성능은 삼성전자가 다소 앞서지만, 수율(생산품 중 정상품 비율)은 SK하이닉스가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이 높으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AI용 반도체는 시간 싸움이다. 시간에 맞춰 HBM 물량을 계속 납품받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선 SK하이닉스가 다소 유리하다. 반도체 시장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공급망에서 각각 70%,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곧 HBM4를 양산 출하할 계획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말과 2월 초 투자자를 상대로 진행한 설명회(NDR)에서 올해 1분기 안에 고객사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4 점유율은 이전 세대 제품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지난 세대보다 공급은 치열하겠지만, 점유율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